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가운데)이 27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김 전 차관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수천만원대의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됐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는 27일 김 전 차관이 사업가 최아무개씨한테서 4900여만원어치의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 “최씨의 진술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큼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020년 10월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됐던 이 사건은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 삼아 파기환송됐다. 앞서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혐의는 공소시효가 만료돼 법의 심판을 피해 나갔다. 중범죄를 저질러놓고도 끝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게 된 상황에 대해 검찰의 ‘원죄’를 다시 한번 상기시키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수사만 하지 않았어도 김 전 차관은 일찌감치 무거운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별장 성접대 혐의의 경우 검찰은 2013년에 진행된 첫 수사에서 ‘별장 동영상’ 속 인물을 김 전 차관으로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를 대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피해자가 이듬해 진술을 번복해 시작된 재수사에서도 검찰은 압수수색은커녕 김 전 차관을 한번도 부르지 않은 채 무혐의 처분했다. 2019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수사 권고를 하자 또 한번 수사에 나섰으나, 이미 공소시효 문제로 처벌 가능성이 낮아진 뒤였다. 결국 기소가 이뤄졌지만, 1심 법원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판단하고도 공소시효 때문에 처벌하지 못했다.
그나마 2심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의 차명 휴대전화 사용요금 174만원을 최씨가 대납한 것을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뇌물로 인정해 유죄 판결을 내렸으나, 검찰이 증인에 대한 회유·압박 의혹에 발목이 잡혀 김 전 차관의 중범죄에 아무런 처벌도 하지 못하는 기막힌 결과를 낳고 말았다. 앞서 두차례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가 없었다면 증인에 대한 ‘불투명한 면담’도 없었을 거라는 점에서 두 사안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이며, 둘 다 수사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동전의 양면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검찰은 은폐·축소 수사에 대한 진상 규명은커녕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당연히 이 과정에 연루된 검사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반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절차 위반에 대해선 집요하게 책임을 묻고 있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부조리를 지켜보면서 검찰을 신뢰할 국민이 있을지 검찰은 자문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