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020년 12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27일 열린 상고심에서 1·2심과 같은 징역 4년형을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정 전 교수가 딸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하려고 인턴십 확인서와 표창장 등 ‘스펙’을 위조한 혐의에 대해 항소심과 마찬가지로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사모펀드 투자 관련 혐의도 일부 유죄가 확정됐다. 이로써 2019년 8월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2년5개월 만에 사법 절차가 일단락됐다.
정 전 교수의 입시 비리 사건은 우리 사회에 ‘공정’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른바 ‘스펙 품앗이’로 불리는 부모의 사회·문화 자본을 이용한 ‘지위의 대물림’에 대해 국민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공정성 논란이 일면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 축소와 정시 확대 등 입시제도 개편으로 이어졌다. 이런 점에서 정 전 교수가 재판 과정에서 진솔한 반성 없이 ‘남들도 다 그렇게 했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렇다 할 인맥도, ‘빽’도 없어 스펙 품앗이를 하려야 할 수도 없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대다수라는 걸 정말 모르고 한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기득권층의 특권을 비판해왔던 진보 인사의 ‘내로남불’을 지켜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허탈감을 느꼈을지 헤아려보기 바란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한국 사회를 둘로 찢어놓았다. ‘친조국’과 ‘반조국’으로 나뉘어 극심한 갈등을 겪어야 했다. 양 진영이 ‘조국 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와 ‘조국 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번갈아 펴내며 여론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에 따른 상흔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깊게 패어 있다. 이날 재판 결과를 두고도 여론은 극명하게 갈릴 가능성이 크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두고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리가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도 그 일단이 드러난다. “가만있었으면 조국 전 장관이나 정경심 교수가 구속 안 되고 넘어갈 수 있었거든”이라는 대목이 그렇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입시 비리 자체가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검찰의 정치적 행태와 과잉 수사에 대한 비판은 온당하지만, 부모의 지위를 이용한 입시 비리는 근절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