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혐오’ 조장 논란을 빚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1월30일 페이스북 게시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혐오 캠페인’이 점입가경이다. 20대 남성들의 반페미니즘 정서에 편승해 밑도 끝도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더니, 이번엔 ‘외국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요건 강화’를 약속하는 과정에서 사회 일각의 외국인 혐오 정서를 부추기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피부양자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명의 도용을 막는 등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건보 가입자는 6개월 이상 국내 거주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지만, 피부양자의 경우 거주 기간과 무관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일부 외국인들이 ‘원정 진료’ 등의 목적으로 시스템을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문제는 윤 후보가 제도 개선 약속에 머무르지 않고, 급여 혜택을 받은 외국인 가운데 극단적 사례들만 거론하며 특정 국적자들에 대한 혐오를 노골적으로 조장했다는 사실이다. 실제 윤 후보가 언급한 것은 “외국인 건강보험 급여지급 상위 10명 중 8명이 중국인”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중국인은 피부양자 자격으로 33억원의 건보 급여를 받았다”는 식의 극단적 사례들이다. 누가 봐도 건강보험이라는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외국인, 특히 중국인들이 “숟가락만 얹는” 몰염치한 행태로 재정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외국인들이 의무는 지지 않고 혜택만 챙기면서 내국인들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가로채고 있다’는 전형적인 우익 포퓰리즘의 서사다.
하지만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2020년 한해 동안 외국인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는 1조4915억원, 이들의 치료 등에 지출된 급여비는 9200억원으로 5715억원의 흑자를 냈다. 같은 해 건강보험 전체 적자액이 3531억원이었으니, 이들 외국인 가입자의 기여가 없었다면 적자폭이 큰 폭으로 늘었을 것이란 추산이 가능하다. ‘숟가락만 얹는다’는 윤 후보의 말과 달리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밥상을 차리고 있다는 얘기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반감을 키우는 무책임한 선동정치를 이쯤에서 멈추길 바란다. 인종·민족적 소수집단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맞서 싸우는 것이야말로 다문화사회에 진입한 대한민국 대선 후보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