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방송 3사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토론회가 열린 3일 서울 KBS 스튜디오에서 정의당 심상정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 국민의힘 윤석열 ·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왼쪽부터)가 토론회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3일 밤 열린 20대 대통령선거 후보 4자 TV 토론의 합계 시청률이 39%로 집계됐다. TV 토론이 처음 의무화됐던 1997년 15대 대선 이후 최고치다.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수십만명이 토론을 시청했다. 국민 열명 중 네명 이상이 토론을 지켜본 것이다. 그만큼 국민들이 후보들의 미래 비전과 정책 경쟁에 목말라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토론 자체도 비교적 내실 있게 진행됐다. 물론 2시간이라는 시간적 제약과 여러 주제를 한꺼번에 다룬 형식 탓에 심층적 토론이 어려웠던 한계는 분명했다. 그럼에도 부동산 정책, 자영업자 지원, 일자리, 연금 개혁, 외교·안보, 기후위기 등 국정 현안에 대한 후보들 간의 생각과 공약의 차이가 어느 정도 선명하게 드러났다고 본다. 그동안 후보들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공약 공세에 피로감을 느꼈을 국민들도 모처럼 후보 간 비교·평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각 후보별로 국정을 이끌 준비를 그동안 얼마나 충실히 해왔는지, 국가 최고지도자의 자질은 갖추고 있는지 판단의 근거를 키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
이처럼 효능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 선거일까지 TV 토론을 더 자주 열 필요가 있다. 현재 예정된 4자 TV 토론은 8일 열리는 한국기자협회 주최 토론회와 21일, 25일, 3월2일 열리는 법정 토론회 4차례뿐이다. 각 후보와 방송사들이 신속히 일정을 협의해 더 많은 토론이 열리기를 바란다. 기존 협의 틀과 합의된 방식을 적절히 적용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여기에 더해 이번 토론에서 드러난 몇가지 한계를 보완해 토론의 질을 높인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후보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조건으로 양자 토론을 열었으면 한다. 또 부동산 정책, 북 핵 문제와 한반도 평화, 기휘위기 대응 등 핵심 이슈를 잡아 집중적으로 토론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후보들 간의 변별력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고 본다.
TV 토론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이 확인된 만큼, 후보들도 소소한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통 크게 토론에 나서기 바란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후보자가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는 대면 선거운동이 제한된 상황이다. 한쪽 진영의 맹목적 정서에 기대 정권을 잡아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다양한 관점을 지닌 국민 다수가 지켜보는 TV 토론을 통해 자신의 비전과 능력을 드러내고 평가받는 걸 피할 이유가 없다.
TV 토론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 ‘팩트 체크’ 기능을 강화해 토론이 ‘아무말 대잔치’ 식으로 흐르지 않도록 견제할 필요가 있다. 이번 토론에서도 일부 잘못된 수치나 사실을 인용하거나 심지어 자신이 했던 말을 눈 하나 깜짝 않고 뒤집는 사례도 있었다. 문제 발언을 토론 뒤에 정밀하게 검증하는 것은 물론, 토론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발언의 진위 여부를 가려주는 ‘리얼타임 팩트체크’ 도입도 검토해볼만 하다. 2016년과 2020년 미국 대선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우리도 기자협회 같은 곳이 중심이 돼 다음 토론부터 적용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