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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논의, ‘가치·정책 공유’ 우선돼야

등록 2022-02-13 18:27수정 2022-02-13 23:48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3일 유튜브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3일 유튜브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야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대선 후보 등록 첫날인 13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를 공식 제안했다.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오차범위 안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초박빙의 선거 판세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는 대선 결과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단일화 논의 첫날부터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안 후보는 이날 유튜브로 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정권교체를 통한 구체제 종식과 국민 통합을 통해 미래로 가자는 목표를 동시에 이루는 것은 어느 한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렵다”며 단일화 방법으로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실시한 국민 경선 방식의 여론조사를 제안했다. 당시 양쪽은 여론조사기관 2곳을 정해 적합도와 경쟁력을 반반씩 물어 그 결과를 합산했고, 안 후보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패했다.

하지만 윤 후보 쪽은 안 후보의 야권 통합 제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여론조사 방식은 거부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입장문을 통해 “윤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큰 상태에서 정권교체를 바라지 않는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의 농간에 넘어가 야권 분열책으로 악용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때도 논란이 된 ‘역선택’ 문제를 이번에도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 정권교체라는 국민적 열망과 대의를 존중해 야권 통합을 위한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사실상 안 후보에게 양보를 요구한 것이다. 윤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방식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 “고민해보겠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밝혔다.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국민의힘은 안 후보에게 책임총리나 공동정부 등을 제안해 양보를 받아내려 하는 것 같다. 윤 후보도 지난 9일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서로 신뢰하면 단 10분 안에도, 커피 한 잔 마시면서도 끝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국민의힘이 “역선택” 운운하며 여론조사 방식을 거부하자 발끈했다. 홍경희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 측이 주장하는 단일화 방식은 국민 여론에 반하며 안 후보의 경쟁력을 과소평가하는 오판”이라며 “일각에서 나오는 역선택 문제는 되레 안 후보가 걱정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앞으로 단일화 논의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경쟁 후보들이 손을 잡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 있다. 후보 단일화 문제는 대선 때마다 부상했고 실제로 성사된 적도 몇차례 있었다. 다만 오직 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가치와 정책을 공유하지 않는 단일화는 ‘권력 나눠 먹기’일 뿐이다. 두 후보 모두 정권교체를 주장한다는 점에서 목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 후보도 그동안 여러 차례 “닥치고 정권교체는 위험하다”고 밝혔듯이, 무엇을 위한 단일화인지 방향과 내용이 명확해야 한다. 단일화를 통해 추구하는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지, 만약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정부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먼저 국민 앞에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국민들이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단일화 논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걸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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