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부터)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12일(현지시각) 하와이 아태안보연구소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3자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12일(현지시각) 미국 하와이 아태안보연구소에서 회담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 백악관이 지난 11일 12쪽짜리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자료를 발표하고,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인도 4개국 비공식 안보협의체인 ‘쿼드’ 참여 외교 장관들이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모여 회담한 직후 이뤄졌다. ‘대중국 견제’에 큰 무게를 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주도한 회담이었지만, 우리에겐 최근 거듭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이 큰 관심사였다. 3국 장관은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해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 의지를 재확인했다.
북한은 지난달에만 일곱차례에 걸쳐 미사일을 발사해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키웠다. 두차례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미국이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북한은 그 뒤에도 무력시위를 이어갔다. 이에 대해 블링컨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뒤 연 기자회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한 분명한 위반”이라며 “북한에 책임을 물을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베이징겨울올림픽이 끝난 뒤 탄도미사일을 또 발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블링컨 장관도 “북한이 도발 국면에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언제든, 어디서든,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자는 뜻을 밝혀왔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에도 “우리는 북한에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태도가 그저 ‘현상 유지’를 위한 것이어선 안 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1년여 만에 필립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대사를 주한 미국대사로 11일 공식 지명했다. 늦었지만 이를 시작으로, 실제 북한을 대화로 이끌어낼 수 있는 좀 더 전향적인 조처가 있기를 기대한다.
북한도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길은 피하고, 태도를 전환해야 한다. 북한은 지난달 20일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모라토리엄) 조처를 파기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시계를 다시 과거로 되돌리는 잘못된 선택이 될 것이다. 선을 넘지 말고, 외교로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