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4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대통령궁이 수도 키예프 인근에 화염이 일어나는 모습을 공개했다. <시엔엔>(CNN) 누리집 갈무리
러시아가 끝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벌어진 최악의 전쟁이자, 냉전 이후 지난 30년 동안 유지돼온 국제질서를 흔드는 ‘신냉전’의 신호탄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 텔레비전 연설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결정했다”며 “우크라이나의 비군사화와 비나치화를 위해 싸우겠다”고 주장했다. 푸틴의 개전 선언 직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주요 도시들의 목표물에 미사일과 포탄을 쏟아부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을 동·남·북 3면에서 공격하고 있다. 자국의 안보 우려만 내세우며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무시하고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킬 무모한 전쟁을 벌인 푸틴의 만행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침공을 중단시키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러시아의 공격에 따른 죽음과 파괴의 책임은 오로지 러시아에 있다”고 비판하고, 국제사회가 함께 러시아에 ‘가혹한 제재’를 부과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동참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력침공을 억제하고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며 동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번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합당한 역할을 하기 바란다.
푸틴의 이번 침공은 세계를 ‘미국과 동맹국 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진영으로 나누면서, 핵을 가진 강대국들 간의 영향력과 이익을 둘러싼 경쟁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냉전이 끝난 뒤 미국 주도로 자유시장주의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만들어졌지만, 이제 러시아와 중국이 손을 잡고 미국의 패권을 흔들려 하고 있다. 물론 우크라이나 사태의 배경에는 소련 붕괴 이후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무시하고 나토를 과도하게 확대해온 문제도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강대국의 일방적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를 희생양 삼아 무력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푸틴의 도발은 정당화될 수 없다.
원유·가스의 주요 수출국들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개시로 국제유가는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고 전세계 주식과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했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어려움이 큰 상황인 만큼 정부는 빈틈없는 대응으로 국민들의 불안을 덜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