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끝난 지난해 11월13일, 기후운동가들이 글래스고 대성당 네크로폴리스에서 지난 30년의 시오피(COP)가 실패했다는 의미로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 글래스고/AFP 연합뉴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아이피시시)가 28일 제6차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가운데 제2실무그룹(기후변화의 영향·적응·취약성)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8월 발표된 제1실무그룹 보고서가 ‘지구 온도 1.5도 상승’ 예상 시기를 이전 보고서보다 10년 이상 앞당겼다면, 이번 보고서는 폭염·태풍·집중호우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이 잦아지고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온열질환은 물론 정신질환도 크게 늘 거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민 건강,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도 구체적인 수치로 적시됐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전세계 학자들이 협업해 작성하는 아이피시시 보고서는 최신 자료들을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해 여느 연구보다 신뢰도가 높다. 아이피시시는 1990년 이후 5~7년마다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매번 이전 보고서가 무색할 정도로 기후위기의 경고 수위와 구체성을 크게 높여왔다. 그만큼 기후변화 속도가 빠른 탓일 것이다. 이번 보고서도 5차 보고서에 견줘 영양 결핍과 수인성 질병 증가 등 기후위기로 인한 생명의 위협 등을 훨씬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21세기 후반 16억~26억명이 수인성 질병에 감염될 거라고 예측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의 미래를 예측한 내용도 피부에 와닿을 만큼 구체적이고 엄혹하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늘어 기후가 갈수록 고온다습해지면 한국의 온열 관련 사망자는 2050년 4%, 2090년에는 8%까지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해수면은 이번 세기 안에 2m, 2150년에는 5m까지 높아질 수 있고, 이에 따라 부산 지역의 경우 2070년에는 연간 피해액이 30억달러(3조6000억원), 2100년에는 74억달러(8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쌀 생산량은 3~7% 감소하고, 어류 생산량은 49% 줄 거라고 예측했다.
이번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실태도 보여주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을 전세계적으로 비교하면 최근 10년 동안 홍수, 가뭄, 폭풍으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취약한 지역’과 그 대칭에 있는 지역 사이에 15배나 벌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나라로 국한하더라도 기후위기에 따른 고통과 위험은 계층과 지역에 따라 차별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기후위기는 생존의 문제이자 정의의 문제다. 그런데도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의 관심과 공약은 실종되다시피 했다. 마지막 사회 분야 티브이(TV) 토론에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