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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함께 사는 대한민국’ 열망 담아 ‘미래’에 투표하자

등록 2022-03-08 18:54수정 2022-03-09 02:32

‘비호감 대선’ 냉소에도 높은 사전투표율
불평등·기후위기·신냉전 겹친 대전환기
자질·역량·비전 냉철히 판단해 선택하길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대강당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관계자가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선거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대강당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관계자가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일이다.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란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지만, 유권자의 관심은 과거 어느 대선 못지않게 뜨겁다. 지난 4~5일 시행된 사전투표가 36.9%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데서도 확인된다. 겉으로 보이는 냉소적 분위기와 달리 유권자들 다수는 이번 대선이 갖는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된 지난해 11월 이후, 선거전은 예측 불허의 시소게임 양상으로 진행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도 오차범위 안에서 경합했고, 지지율 3위를 달리던 안철수 후보의 막판 사퇴 변수까지 겹치면서 판세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승패는 결국 마지막까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관망층의 선택과, 어느 후보와 정당이 지지자를 한 사람이라도 더 투표장에 나가게 하느냐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권에선 선거의 성격을 ‘회고 투표’와 ‘전망 투표’로 나눈다. 정권 임기 중간에 치르는 국회의원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이 선거 시점까지 정권이 보여준 실적에 대한 평가에 기초해 투표한다는 점에서 회고투표로 분류된다. 반면 대선은 정권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후보자의 자질과 비전, 공약에 근거해 표를 행사하게 된다는 점에서 회고투표와 전망투표의 성격을 함께 지닌다. 일반적으로 회고투표 경향이 강하게 표출되면 야당이 유리하고, 전망투표가 부각되면 국정 경험과 정책 자원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여당이 선거전을 주도하게 된다.

이번 대선의 특징은 ‘정권교체론’이 줄곧 우세한 구도 속에서 진행돼왔다는 점이다. 이런 여론 지형을 만든 것은 2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을 170석이 넘는 압도적 다수당으로 만들어준 바로 그 민심이다. ‘촛불 시민’의 열망을 안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 불평등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위해 나름 노력했지만, 국민들의 기대에 못 미친 데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집값 폭등은 정부 여당이 뼈저리게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를 두고 ‘독재 정부’니 ‘부패 세력’이니 하는 야당의 공격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데도 윤석열 후보가 선거 기간 내내 확고한 우위를 보이지 못한 사실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민 다수는 여전히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국정을 책임질 능력을 갖췄다고 믿지 못한다는 뜻이다. 설득력 있는 국정 비전과 정교한 정책 대안 없이 집권 세력에 대한 실망과 반감에 편승해 적대와 혐오의 선동 정치에 몰두해온 결과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선거일 직전까지 두 후보 간의 피 말리는 접전이 이어지는 배경에는 2022년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의 엄중함에 대한 국민 다수의 공감대가 자리잡고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다수의 국민들이 코로나 대유행이 부른 ‘삶의 위기’ 속에서 이번 대선을 치른다. 국가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을 오르내리지만, 나날이 심화되는 자산·소득 불평등에 코로나발 충격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 비정규직 노동자, 미취업 청년, 빈곤 노인층 등 취약계층의 삶은 과거 어느 때보다 고단하다.

이번 대선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정치 양극화 역시 대한민국이란 정치공동체가 지속하기 위해 반드시 치유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인류 전체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위기와 공동체의 안정적 재생산을 뒤흔드는 인구 절벽까지, 차기 정부가 철학과 의지를 갖고 대처해야 할 미래형 난제들이 첩첩산중이다.

급변하는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은 또 어떤가. 세계가 미국-유럽연합 대 중국-러시아의 갈등이 본격화하는 ‘신냉전’의 초입에 들어선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미-중 패권 경쟁은, 한편으로는 미국을 포괄적 동맹국으로, 다른 한편으론 중국을 전략적 동반자이자 최대 교역국으로 둔 대한민국에 중대한 외교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 외교·안보 문제를 바라보는 지도자의 안목과 경륜, 현안을 다루는 균형 잡히고 신속한 판단 능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 투표소로 향하는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공과와 후보들의 자질·도덕성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지금 이곳’의 누적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준비와 역량, 미래 과제에 대처하는 비전과 대안을 냉철하게 살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각자의 한표 한표에 ‘함께 사는 대한민국’의 열망을 담아 청년과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위해 투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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