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청년 보좌역들로부터 전달받은 당선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 첫날 ‘국민 통합’의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윤 당선자는 10일 국회도서관에서 ‘대국민 당선 인사’를 하면서 국민들이 자신을 이 자리에 세운 것은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목소리이고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이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며 “저 윤석열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지만, 특히 윤 당선자에게 국민 통합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윤 당선자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개표에서 초박빙 접전 끝에 불과 0.73%포인트(24만7077표) 차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승리했다. 정부 수립 이후 역대 대선 가운데 최소 표 차이다. 선거전이 유례없이 치열해지면서 막판 양쪽 지지층이 총집결한 결과이지만, 윤 당선자는 자신을 지지한 국민보다 더 많은 국민이 다른 후보들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에게 신승을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했는데도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을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 당선자가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선거운동 기간 보여준 언행은 통합과 거리가 멀다. 설득력 있는 국정 비전과 정교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적대와 혐오의 정치에 의존해 선거전을 치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선거 막판 윤 후보가 쏟아낸 막말, 음모론, 색깔론 등은 국민들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윤 당선자가 정권교체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국정을 이끌 자질을 갖췄는지, 또 준비는 돼 있는지에 대해선 충분한 신뢰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대선은 상대 후보가 당선되는 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증오와 대결의 심리가 지배하면서 진영 갈등의 골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만약 대선 이후에도 이런 갈등과 분열이 계속된다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될 것이고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은 누구보다 선거에서 승리한 윤 당선자에게 있다. 윤 당선자는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서 갈라지고 파인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윤 당선자가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첫걸음은 정치보복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실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울러 그가 집권하면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우려도 분명하게 해소해줘야 한다. 만약 윤 당선자가 검찰 내 측근들을 중용해 문재인 정부를 정치적으로 겨냥한다면 그 순간 민심은 두 동강 나고, 가장 중요한 대통령 임기 초반을 극한 갈등으로 허비하게 될 것이다.
여소야대의 국회 구도를 고려하면, 원활하고 안정된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통합과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윤 당선자는 이날 새벽 당선이 확정된 뒤 “선거운동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건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이런 많은 것들을 배웠다”며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빈말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나아가 다당제 연합정치의 가능성을 열어줄 선거제 개혁과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한 개헌 등 통합 정치의 제도적 틀을 짜는 일에도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금 윤 당선자 앞에는 코로나 위기 극복, 민생 회복, 국제질서 급변에 대한 대응 등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난제들 또한 통합과 협치를 바탕으로 풀어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윤 당선자가 자신을 지지한 국민과 지지하지 않은 국민 모두의 바람을 깊이 새겨 대한민국호를 순항시켜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