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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석열 당선자, ‘국민 통합’ 없이 ‘국정 성공’ 없다

등록 2022-03-10 18:45수정 2022-03-11 02:32

지지 안 한 국민이 더 많은 의미 새겨야
적대와 분열 계속되면 국가적으로 불행
‘정치보복 금지’ 선언·실행이 첫걸음 돼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청년 보좌역들로부터 전달받은 당선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대본부 해단식에서 청년 보좌역들로부터 전달받은 당선증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당선 첫날 ‘국민 통합’의 의지를 강하게 밝혔다. 윤 당선자는 10일 국회도서관에서 ‘대국민 당선 인사’를 하면서 국민들이 자신을 이 자리에 세운 것은 “이 나라의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라는 목소리이고 국민을 편 가르지 말고, 통합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간절한 호소”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이어 “우리 앞에 진보와 보수의 대한민국도, 영호남도 따로 없을 것”이라며 “저 윤석열 오직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지만, 특히 윤 당선자에게 국민 통합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윤 당선자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개표에서 초박빙 접전 끝에 불과 0.73%포인트(24만7077표) 차이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승리했다. 정부 수립 이후 역대 대선 가운데 최소 표 차이다. 선거전이 유례없이 치열해지면서 막판 양쪽 지지층이 총집결한 결과이지만, 윤 당선자는 자신을 지지한 국민보다 더 많은 국민이 다른 후보들을 지지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에게 신승을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단일화를 했는데도 과반 득표에 실패한 것을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 당선자가 국민 통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선거운동 기간 보여준 언행은 통합과 거리가 멀다. 설득력 있는 국정 비전과 정교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적대와 혐오의 정치에 의존해 선거전을 치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선거 막판 윤 후보가 쏟아낸 막말, 음모론, 색깔론 등은 국민들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윤 당선자가 정권교체를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국정을 이끌 자질을 갖췄는지, 또 준비는 돼 있는지에 대해선 충분한 신뢰를 얻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대선은 상대 후보가 당선되는 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증오와 대결의 심리가 지배하면서 진영 갈등의 골이 그 어느 때보다 깊어졌다. 문제는 앞으로다. 만약 대선 이후에도 이런 갈등과 분열이 계속된다면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될 것이고 그 피해는 온전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은 누구보다 선거에서 승리한 윤 당선자에게 있다. 윤 당선자는 무엇보다 선거 과정에서 갈라지고 파인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윤 당선자가 통합과 협치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첫걸음은 정치보복을 절대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실행하는 것이어야 한다. 아울러 그가 집권하면 ‘검찰 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국민들의 우려도 분명하게 해소해줘야 한다. 만약 윤 당선자가 검찰 내 측근들을 중용해 문재인 정부를 정치적으로 겨냥한다면 그 순간 민심은 두 동강 나고, 가장 중요한 대통령 임기 초반을 극한 갈등으로 허비하게 될 것이다.

여소야대의 국회 구도를 고려하면, 원활하고 안정된 국정 운영을 위해서도 통합과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윤 당선자는 이날 새벽 당선이 확정된 뒤 “선거운동을 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나라의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건지, 국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경청해야 하는지 이런 많은 것들을 배웠다”며 “헌법 정신을 존중하고 의회를 존중하고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빈말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나아가 다당제 연합정치의 가능성을 열어줄 선거제 개혁과 대통령 권한 분산을 위한 개헌 등 통합 정치의 제도적 틀을 짜는 일에도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지금 윤 당선자 앞에는 코로나 위기 극복, 민생 회복, 국제질서 급변에 대한 대응 등 어려운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난제들 또한 통합과 협치를 바탕으로 풀어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윤 당선자가 자신을 지지한 국민과 지지하지 않은 국민 모두의 바람을 깊이 새겨 대한민국호를 순항시켜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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