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1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윤 당선자 페이스북 갈무리
이번 20대 대선은 ‘여성 배제 정치’가 공공연하게 작동한 선거로 기록될 것이다. 야당의 유력 후보와 당대표가 ‘이대남’(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겠다며 ‘성별 갈라치기’를 사실상의 선거 전략으로 삼았을 때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2030 여성의 표는 없는 셈 치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나오기 힘든 발상이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선거 공론장에서 여성을 ‘지워진 존재’로 취급한 이번 대선의 성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10일 당선 인사 기자회견에서 ‘국민 통합’을 국정 운영의 목표로 제시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를 그 출발점으로 삼기 바란다.
윤석열 당선자는 선거 과정에서 성평등 문제에 대해 퇴행적인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지난 1월, 밑도 끝도 없이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 공약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 신호탄이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더는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답변해 논란을 불렀다. 남녀 임금 격차와 기업 임원 비율 등을 평가하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지수’ 조사에서, 10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할 정도로 ‘성평등 후진국’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심지어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에도 페이스북에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반여성적’ 단문 공약을 올렸다.
젊은 여성 유권자들은 이런 ‘이대남 정치’를 표로 응징했다.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58.7%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반면, 20대 여성 지지율은 33.8%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20대 전체 득표율에서 윤석열 당선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렸다. 갈라치기가 선거 전략으로도 유효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윤 당선자의 반여성적 선거 캠페인은 외신에서도 주목했다.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윤 당선자의 취임 이후에도 이런 기조가 이어지면 ‘젠더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가 이번 주말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단 인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하니, 머잖아 인수위도 공식 출범할 것이다. 인수위는 공약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정 운영의 밑그림을 짜는 역할을 한다. 여성가족부 폐지가 새 정부의 국정 과제 목록에 오른다면 취임 직후부터 소모적인 갈등이 빚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윤 당선자가 당선 뒤 첫 일성으로 강조한 ‘국민 통합’의 진정성이 의심받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