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엔(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내용의 비대위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패배의 원인을 진단하고 당 쇄신을 이끌어갈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엔(n)번방 추적단 불꽃' 활동가 출신인 박지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선임하는 등 비대위 인선을 13일 발표했다. 박 공동위원장 선임은 2030세대, 특히 여성 청년들이 국민의힘의 여성 혐오와 젠더 갈라치기 선거 전략에 맞서 투표로 결집한 현상의 정치적 의미를 담아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윤호중 원내대표가 이끄는 현재의 비대위 체제가 대선 패배에 대한 비상한 인식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정도로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을 5년 만에 내어준 대선 결과에 좌절한 지지자들의 눈높이에 모자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한 마당에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이끄는 게 쇄신의 의미에 맞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이런 지적이 쏟아졌고, 의원들의 개별적인 목소리도 주말 내내 이어졌다. 김두관·이수진 의원 등은 “대선 패배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윤호중 비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 “개혁 과제 미완수에 총체적 책임이 있는 윤호중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삼았다”며 비대위원장 교체를 주장했다. 윤 비대위원장은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지방선거를 80일 앞둔 상황에서 혼선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진정으로 대선 패배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있는지, 쇄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지 겸허한 자세로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당내 기득권과 현실 안주를 혁파하겠다는 의지를 더욱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날 발표된 비대위원에는 청년창업가인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와 민달팽이 협동조합의 권지웅 이사, 채이배 전 의원, 배재정 전 의원, 조응천 의원, 이소영 의원 등이 포함됐다. 박지현 공동위원장과 함께 청년 세대의 변화 요구를 반영할 인물들이 여럿 참여한 것은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민주당에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았던 인사들이 포함된 것도 눈에 띈다. 비대위는 당 안팎을 아우르며 세대교체와 정치개혁의 시대적 요구를 촘촘히 대변할 수 있도록 환골탈태의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또한 대선 패배의 원인을 철저히 성찰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지만,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네탓 공방’은 국민들의 실망만 키울 것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