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용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위원장(충남대 교수)이 1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지난 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에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원인조사 결과 발표를 마친 뒤 동영상자료를 이용해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11일 일어난 광주광역시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현산)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원인 조사 결과가 14일 나왔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6명을 죽음으로 내몬 이 사고는 시공 방법을 멋대로 바꾸고, 동바리(임시 지지대)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탓에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야말로 날림 공사로 인한 원시적인 사고였다. 시공능력 순위가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종합건설업체가 한 동에 100가구가 넘게 들어가 사는 아파트를 이렇게 짓고 있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현산은 2개 단지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있는 주상복합아파트 6개동을 짓고 있었다. 사고는 201동에서 최상층인 39층 바닥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작업 직후 배관층 바닥이 무너지면서 시작됐다. 아래로 23층까지 최소 16개층의 슬래브, 외벽, 기둥이 무너졌다.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의 발표를 보면, ‘안전’ 개념이 실종된 부실 공사였다. 애초 일반슬래브로 설계된 바닥 시공을 공기를 단축하고 비용을 줄이려고 데크슬래브로 무단 변경했고,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배관층에 동바리를 설치하지 않고 콘크리트 가벽으로 대신했다. 이 때문에 배관층 바닥에 실린 하중이 애초 설계의 갑절을 넘었다. 36~38층에는 있어야 하는 동바리도 일찌감치 철거해버렸다. 콘크리트를 조사해보니, 37층 슬라브와 38층 벽 등은 강도가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관리도 형편없었다. 현산은 아파트 구조설계를 변경하면서 건축구조기술사의 검토도 받지 않았고, 감리단은 세부 공정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조사 결과를 보니, 무단 구조변경이 여전히 건설업계에 만연한 관행은 아닌지 걱정을 떨칠 수 없다. 특히 현산이 짓고 있는 다른 아파트에 대한 불안감은 더 커질 게 불 보듯 환하다. ‘현대산업개발 퇴출 및 학동·화정동 참사 시민대책위원회’ 기우식 대변인은 “붕괴한 17개층 중 15개층의 콘크리트 강도가 기준 미달이었다”며 “현산이 시공 중인 모든 아파트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믿을 수 있는 기관이 점검에 나서 주민들의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
국토부는 제재 방안을 포함한 재발 방지책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현산에는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한 처벌을 해야 한다. 이번 사고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제대로 손해배상을 받도록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