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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명박 사면, 법치 훼손하고 제 편 챙기는 게 통합인가

등록 2022-03-15 19:06수정 2022-03-16 02:32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20년 2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권성동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20년 2월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권성동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하는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이 밝혔다. 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을 사면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며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 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선을 통해 민심의 분열이 극명하게 드러난 지금 국민 통합이 우리 정치가 추구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뇌물 수수 등 중대 부패범죄로 사법적 단죄가 매듭지어진 전직 대통령을 풀어주는 것이 윤 당선자가 이 시점에서 국민 통합을 위해 다른 모든 사안을 제쳐놓고 해야 할 만큼 시급한 일인지 동의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 전 대통령 사면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이어 다시 한번 ‘법 앞의 평등’ 원칙을 심각하게 훼손함으로써 국민 통합은커녕 더 큰 사회적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 등 사면이 거듭되면서 전직 대통령은 법 앞에 예외를 인정받는 특권적 존재라도 되느냐는 의문과 불만이 특히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고조돼 있다. 더구나 이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과 비교해서도 수감 기간이 짧을 뿐 아니라 건강 문제도 특별하게 드러난 게 없다. 게다가 죄질은 개인 착복의 성격이 짙어 더 나쁘다.

윤 당선자가 과거 친이명박계 출신 ‘윤핵관’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첫 통합 행보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들고나온 점도, 사면 요청이 국민 통합보다는 정파적 이해관계 차원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키운다. ‘윤핵관 3인방’ 중 한명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문 대통령이 최측근인 김경수 전 지사를 동시에 사면하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을) 남겨놓은 것”이라고 ‘음모론’을 펴면서 문 대통령의 사면 결정을 압박했다. 점령군이나 된 듯한 오만방자한 행태다. 윤 당선자가 진심으로 국민 통합을 바란다면, 측근들의 부적절한 언행부터 단속해야 할 것이다.

윤 당선자가 대선이 막 끝난 현시점에서 국민 통합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이 넘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은 전직 대통령 등 자기편 챙기기가 아니다. 문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 사면에 이어 또다시 법치와 공정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은 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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