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연합뉴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4월 초중순에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우선 특사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중국·일본에 대한 특사 파견은 취임 이후로 미루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한다. 국제 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경제 안보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최대 무역 상대국이자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 관계 개선이 시급한 일본에 대한 특사 파견을 굳이 후순위로 미루겠다는 건 우려스러운 일이다.
이전 대통령 당선자들의 특사 외교 전례와 비교해도 과도하게 ‘미국 우선’으로 기울어 있다. 인수위 없이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기 미국·중국·일본·러시아·유럽연합에 모두 특사를 파견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중국에 가장 먼저 특사단을 파견했다. 특히 ‘중국 외교’의 빈자리가 두드러져 보인다. 윤석열 당선자는 10일 새벽 당선이 확정된 지 불과 5시간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를 시작으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전화 통화를 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축하 서신을 받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통화는 하지 않고 있다.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는 중국과의 외교는 윤석열 정부 5년 임기를 훨씬 넘어 한국 사회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사드 보복’을 비롯한 시진핑 주석의 강압 외교에 한국 사회의 경계감이 높아졌고, 한국이 과도한 대중 경제 의존을 줄이고 중국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선 할 말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는 게 현실이긴 하다. 하지만 한-중 관계를 재조정하기 위해서라도 중국과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설득해나가는 지혜로운 외교가 절실하다. 북한이 16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가 실패하기는 했지만 도발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중국과 협력을 빼놓을 수 없다.
윤 당선자가 선거 기간 내내 ‘사드 추가 배치’ ‘선제타격’ 등 강경 노선을 내세웠다고 해도, 이제는 주요 국가들과 불필요한 갈등과 충돌이 빚어지지 않도록 외교·안보 정책을 현실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미래가 걸린 외교를 흑백논리로 해결할 수는 없다. 미국·유럽연합과 함께 중국·일본에도 특사를 파견하면서, 균형을 갖춘 외교를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