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원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9일 하나금융지주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함영주 부회장을 차기 회장 단독 후보로 추천했을 때, 여러모로 무리한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함 부회장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 판매 문제로 금융감독원의 중징계를 받은 상태였고,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돼 재판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하나금융지주는 회장 추천을 밀어붙였다. 채용 비리 혐의는 지난 11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금융당국의 문책 경고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은 14일 법원이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문책 경고를 받으면, 현재의 임기가 끝난 뒤 3년간 금융회사 임원을 맡을 수 없도록 돼 있다. 하나금융은 지금이라도 회장 후보 추천을 철회해야 마땅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판결문에서 “하나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는 원금 100%까지 손실을 볼 수 있는 최고 위험등급의 상품으로, 판매 담당 피비(PB·프라이빗뱅커)조차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채 판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시 하나은행장이던 함 부회장에 대해선 “투자자 보호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고, 지위와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파생결합펀드 불완전 판매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문책 경고를 받았지만, 취소를 청구하는 소송에서 이긴 바 있다. 이와 달리 법원이 함 부회장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그대로 인정한 것은 하나은행이 펀드 판매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위법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25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회장 선임안을 그대로 올리겠다고 한다. 1심 판결일 뿐 아직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또 법원이 징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1심 선고일부터 한달간 징계 효력을 정지시켜 놨기 때문에 회장 취임에 제약이 없다고 주장한다. 2020년 3월5일 내려진 징계를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무시하며 버티겠다는 것이다. 어이없는 법 해석이고, 몰염치한 일이다.
하나은행은 펀드 부실 판매로 고객들에게 1500억원을 배상하고, 금융당국에 167억8천만원의 과태료를 물었다. 고스란히 주주들의 손실로 돌아왔다. 만약 25일 주주총회가 이대로 열린다면 주주들이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함 부회장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회장 직을 수행한다면 금융감독당국의 제재는 유명무실해지게 된다.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가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금융감독당국도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