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3호선 승강장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참가해 무릎을 꿇고 이준석 당대표의 전장연 비난 발언 등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참가해, 무릎 꿇고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김 의원은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적절한 단어로 소통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먼저 이준석 대표가 전장연에 쏟아내고 있는 상식 밖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어 김 의원은 “출근길 불편함, 상상만 해도 짜증나는 일”이라며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여러분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도 사과한 것이다. 장애인들의 간절한 외침을 외면하고 비장애 시민들마저 큰 불편을 겪게 하는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한 것이다.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닿는다. 이 시대에 정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명료하게 말해줬다. 정치의 존재 이유를 새삼 일깨워준다.
무엇보다 당대표의 몰지각한 언행에 모욕을 당한 장애인들 앞에서 이를 비판하고 대신 사과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 자신이 시각장애 당사자라는 것과 떼어서 생각하기는 어렵다. “큰 사고나 중상을 당해야 언론이 주목하고, 언론이 주목하면 정치권이 관심을 가진다”며 우리 사회 여론과 정책 주도층의 무관심을 비판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김 의원은 장애인의 입장만 대변하지 않았다. 정치권의 무신경과 게으름 탓에 시민들이 겪는 고통에도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정치가 왜 필요한지 정확히 알고 있기에 가능했을 거라 본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로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거나 피해를 보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무릅쓰면서 아침마다 시위에 나서는 장애인들의 심적 괴로움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관련 예산은 다른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정책적인 해법을 마련하기는커녕 장애인단체와 시민들의 갈등을 외려 조장하는 이준석 대표를 비롯한 일부 정치인의 행태는 정치적 무책임과 무능에 다름 아니다. 그 피해는 온 국민이 보고 있다.
시민들의 전장연에 대한 에스앤에스(SNS) 후원이 쏟아지고 있다. 28일 집회에는 청년단체가 연대하기도 했다. ‘함께하는 사회’의 희망을 본다. 정치권에서도 이 대표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장애인 권리 예산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9일 전장연의 시위 현장을 방문할 거라 한다. 윤석열 당선자가 주창하는 ‘국민 통합’의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무엇보다 구체적인 약속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