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28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국정 수행 전망에 대한 물음에 응답자의 절반인 49.6%가 ‘잘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잘할 것’이란 응답은 46%에 그쳤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21~25일 전국 유권자 2512명을 상대로 조사해 28일 발표한 여론조사(95% 신뢰 수준, 오차범위 ±2%포인트) 결과다. 대선에서 승리한 지 20일이 채 안 된 당선자의 지지도라고 보기엔 충격적인 수치다.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이 뼈아프게 들여다봐야 할 부분은 지지도의 단순 수치가 아니라 흐름이다. 같은 조사에서 윤 당선자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대선 직후 52.7%(3월 2주차)에서 49.2%(3주차), 46%(4주차)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취임도 안 한 대통령 당선자의 지지도가 이런 흐름을 보인 경우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다. 윤 당선자의 국정 운영 기대치가 역대 당선자에 견줘 현저히 떨어진다는 건 지난 25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당선 2주차 때 윤 당선자에 대한 긍정 응답은 55%에 그쳐, 같은 시기 이명박(84%), 박근혜(78%), 문재인(87%) 당선자보다 한참 낮았다.
윤 당선자로선 과거 당선자 지지도와의 단순 비교가 억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치러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정치인은 여론 흐름에 얹혀가는 수동적 존재가 아니라, 그 여론을 만들고 움직이는 주체다. 대선을 지배했던 진영 논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건 국민이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당선자와 그 주변에서 좋지 않은 신호가 계속 발신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선 승리 뒤 윤 당선자와 측근 인사들이 보인 행동은 ‘오만’과 ‘불통’이란 비판을 들어도 이상할 게 없다. 집무실 이전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이 그랬고, ‘윤핵관’이라 불리는 측근들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과 검찰총장 거취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현안들에 대해 쏟아낸 경솔한 발언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여론조사에 대해서는 가슴 깊이 새기고, 앞으로 더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말했다. 겉치레 말이 아니어야 할 것이다. 윤 당선자 스스로 자신과 주변 인물들이 그동안 어떻게 했길래 국민들이 벌써부터 실망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냉철하게 되짚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