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위원장 김한길) 정치분과위원장에 위촉된 김태일 장안대 총장이 지난 30일 임명 몇시간 만에 사퇴했다. 김 총장의 정치적 성향 등을 문제 삼은 국민의힘 내부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민통합위는 윤석열 당선자가 각계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대선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국민 분열을 극복할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마련한 기구다. 그런데 중요한 정치분과 위원장으로 초빙한 당 외부 인사가 내부 반발로 하루도 안 돼 물러난 것이다.
김 총장은 중도개혁 성향의 정치학자로 2017년 대선 직후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이번에도 당시 국민의당 창당 주역 중 한명인 김한길 위원장 제안으로 국민통합위에 합류했다. 김 총장은 31일 <한겨레>에 “정치분과위원장 발탁 소식이 보도된 뒤 당 안에서 난리가 난 모양이더라. 김 위원장이 어제 전화해서 ‘당내 반발이 있고, 생각보다 강하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내가 그냥 그만두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형식은 사퇴지만, 실상은 내부 반발에 어쩔 수 없이 제 발로 걸어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의 격렬한 ‘비토’는 김 총장의 평소 정치적 성향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김 총장은 국민의당 추천으로 지난해까지 3년간 <한국방송>(KBS) 이사로 재임했다. 당시 같은 야당이던 국민의힘 추천 이사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고 중립적인 자세를 견지한 데 대한 불만을 터뜨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그는 지난 대선 도중 윤석열 후보의 일곱자짜리 ‘여성가족부 해체’ 주장에 대해 “갈라치기 간계”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점이 주요한 당 내부의 공격 포인트였다는 시각도 있다.
어느 쪽이든 윤 당선자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국민통합’의 정신과 역행하는 행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자기편 바깥의 다른 의견에도 귀 기울이겠다고 위원회를 만들어놓고는, 기껏 영입한 외부 인사를 코드가 안 맞는다고 곧바로 내쳐서야 누가 그 진정성을 신뢰할 수 있겠나. 이럴 거면 굳이 거창하게 당선자 직속으로 국민통합위원회를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이 31일 “어떤 이유로 (김 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는지 파악한 바 없다”며 별일 아닌 것처럼 뭉개고 넘어가려 한 것도 비상식적이다. 윤 당선자는 애초에 왜 국민통합위를 만들려고 했는지부터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