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통제 강화, 검·경도 뒤따라야

등록 2022-04-01 18:17수정 2022-04-01 18:3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한겨레> 자료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한겨레> 자료사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일 통신자료 조회에 대해 안팎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수사 과정에서 통신자료 조회 남용과 사찰 논란이 빚어진 지 석달여 만이다. 한계는 있지만, 나름 의미 있는 내용들도 눈에 띈다. 공수처보다 훨씬 많은 통신자료를 조회하는 검찰과 경찰도 서둘러 통제 강화 방안을 내놔야 한다.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개선 방안을 보면, ‘1회, 일정 수 이상’ 통신자료를 조회해야 할 경우 부장검사 전결을 받도록 했다. 단체 대화방에 참여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통신자료 조회가 대표적이다. 지금까지는 검사 전결 사항이었다. 최근 신설한 ‘인권수사정책관’이 통신자료 조회의 적정성 등을 사전·사후로 심사한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수사자문단은 격월로 회의를 열어 인권수사정책관의 보고를 받고, 통신자료 조회의 적정성 등을 비롯해 수사 전반에 대해 심의·평가한다. 수사 대상자의 통화내역 등을 정밀 분석해 통신자료 조회 대상 범위를 최소화해주는 첨단 프로그램도 곧 도입할 거라고 한다.

그동안 수사기관들은 전기통신사업법을 근거로 통신사업자에게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이 담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해왔고, 통신사업자는 군소리 없이 넘겨줘야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통신자료 제공 현황을 보면, 2020년 548만4917건, 2021년 상반기 255만9439건에 이르렀다. 문서 1건당 통신자료 요청 건수(2021년 상반기)는 검찰 8.8건, 경찰 4.8건으로, 공수처(4.7건)보다 많았다. 수사 건수와 대상까지 고려하면, 검·경의 정보인권 침해가 훨씬 심각했다고 봐야 한다. 공수처 방안은 두 기관에 바로 적용해도 기술적 문제가 전혀 없어 보인다. 당연히 시간을 끌 명분도 없는 셈이다.

다만 수사기관의 내규 강화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대책까지 될 수는 없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아무런 통제 장치 없이 수사기관의 요청을 통신사업자가 무조건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법을 개정하도록 여러차례 권고해왔는데도, 정치권은 ‘사찰’ 공방만 벌일 뿐 법 개정을 외면해왔다. 국회에는 통신자료 조회 뒤 사후 통지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계류돼 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지금 제도는 헌법상 영장주의에 어긋난다. 정치권은 법원 영장을 통한 사법적 통제만이 무분별하고 고질적인 통신자료 조회 관행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