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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러시아군 ‘부차 학살’ 의혹, ‘야만의 시대’ 이대로 둘텐가

등록 2022-04-04 18:02수정 2022-04-05 02:39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다가 철수한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2일 거리에 민간인 주검들이 매장되지 않은 채 누워 있다. 부차/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다가 철수한 우크라이나 키이우 인근 도시 부차에서 2일 거리에 민간인 주검들이 매장되지 않은 채 누워 있다. 부차/AFP 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점령하고 있다가 물러난 우크라이나 북부 소도시 부차의 처참한 모습에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폐허로 변한 도시 곳곳에서는 민간인 차림의 시신들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있다. 일부는 손이 뒤로 묶인 채 ‘총살’되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대형 교회 앞마당에서 집단 매장지가 발견되었는데, 10여구의 시신이 자루 하나에 한꺼번에 담긴 채 매장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3일(현지시각) 부차를 비롯한 키이우 인근 지역에서 민간인 시신 41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집단학살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이 비극은 러시아군이 병력을 오데사 등 남부 해안 지역 공세에 집중하느라 키이우 인근에서 병력을 철수시키면서 드러난 빙산의 일각이다. 러시아군이 최근 공세를 집중해온 남부 마리우폴 등에서도 병원, 학교, 극장 등 민간인 시설이 폭격을 당해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다. 러시아군이 철군한 북부 지역의 여성들은 현지 경찰·언론·인권단체에 성폭행 피해를 신고하기 시작했는데, 러시아군이 점령지에서 광범위하게 성폭행을 저지른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3일 러시아의 행위가 국가 전체를 말살하려는 제노사이드라고 주장했다. 제노사이드는 어느 국민이나 민족 등의 전체 또는 일부를 절멸시킬 의도로 행해지는 비인도적 폭력 범죄를 뜻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중단을 비롯한 더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모두 ‘가짜 뉴스’라며 부인하고 있지만, 침략 전쟁을 중단하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는 것이 우선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부차에서 살해된 민간인들의 모습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며 “효과적인 책임 규명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인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유엔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군을 단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유엔이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는데다, 강대국의 비인도적 범죄가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처벌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비극을 그대로 둘 텐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기 위해 국제사회가 더욱 힘을 모아야 할 때다.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하고 민간인에게 학살과 성폭행을 저지르는 ‘야만의 시대’가 새로운 국제질서로 자리잡는 것을 함께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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