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지방선거 선거제 개혁과 다당제 정치개혁 촉구’시민사회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들의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지난 20대 대선 때 정치권이 제시한 정치개혁 의제들이 공수표가 될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4일 공직선거법 개정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새 집권여당이 될 국민의힘이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오는 6월 지방선거에 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전환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논의 중인 핵심 의제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은 기초의원 선거구의 최소 의원 정수를 3인 이상으로 못박고, 4인 이상을 선출할 때 선거구 분할도 금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해놓은 상태다. 민주당은 이런 방향의 선거법 개정을 대선 기간 이재명 후보가 제안하고 송영길 대표가 공식화한 뒤 의원총회에서 당론 채택까지 마쳤지만, 대선 뒤 선거법 개정을 위한 여야 협상이 벽에 부딪히면서 아무런 진전이 없다. 지도부의 거듭된 의지 표명 수준을 넘어 진정성 있고 실효적인 후속 조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가장 큰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 국민들은 지난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와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한다. 윤 당선자는 대선 후보 텔레비전 토론에서 “국민의 대표성이 제대로 보장되도록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해왔다”고 했고, 안 위원장 역시 “다당제가 가능한, 그래서 민심을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제도로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이제 와서 ‘이번 지방선거 도입을 목표로 제도를 바꾸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민주당과 소수정당의 정략에 이용당할 수 있다’고 발을 빼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태도다. 국민의힘은 자유한국당 시절인 2018년 지방선거 직전에도 시도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시한 중대선거구안을 당시 다수당이던 민주당과 손잡고 철저하게 무력화시켰던 전력이 있다. 책임 있는 집권 세력으로서 ‘국민통합’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요구를 담아내기 위한 풀뿌리 의회의 개혁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남은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늦어도 이달 15일에는 본회의를 열어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