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이 최근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영업 경쟁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 상담 창구 모습이다. 연합뉴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가계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대책이 정권 교체기를 맞아 느슨해진 틈을 타 은행들이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가계부채 문제는 여전하고 집값 불안도 자극할 수 있는 만큼 당국이 나서 과도한 영업 경쟁을 제어해야 한다.
카카오뱅크 등 3대 인터넷은행의 가계대출은 올해 1분기에 2조66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보다 7.9%나 늘어났다. 이는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같은 기간 약 5조8천억원 감소한 것과 대조되는 것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주로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늘렸다. 또한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까지 출시해 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시중은행들도 지난달 말부터 신용대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점이다.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하반기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줄였는데, 이를 원상 복귀시켰다.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천만원에서 직종별로 1억~3억원으로 올렸다.
이런 양상은 인터넷은행이 설립된 뒤 영업을 시작한 2017~2018년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 간 신용대출 영업 경쟁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인터넷은행들이 낮은 금리와 간편한 대출 절차를 무기로 신용대출 시장을 치고 들어오자 시중은행들도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신용대출을 확대해 가계부채 문제를 악화시켰다. 은행들이 대출 경쟁에 나서기 시작하면 제어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에도 금융당국의 자제 경고에도 가계대출이 계속 불어나자 ‘총량 규제’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동원해서야 가까스로 대출 증가를 잡을 수 있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까지 요란스럽게 가계대출 고삐를 죄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상황을 수수방관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올해 들어 석달 동안 가계대출이 소폭 감소했다고는 하나 가계부채 문제는 여전하다. 오히려 코로나 국면에서 잠재적 부실이 누적되는 등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고 진단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향 등 대출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눈치보기를 하는 게 아닌지 의심된다. 6월 지방선거 때까지 이런 느슨한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금융당국은 정권 이양이나 지방선거와 무관하게 가계대출 증가를 엄격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