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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윤 당선자의 TK행과 박근혜 만남, 이게 ‘국민통합’인가

등록 2022-04-12 20:04수정 2022-04-13 02:39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한 뒤 주변에 몰려든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오후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한 뒤 주변에 몰려든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2일 대구 달성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가 “늘 죄송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명예를 회복되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취임을 한달 남겨둔 대통령 당선자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언행이다. 사면복권 뒤 자숙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한 그에게 정치활동을 재개해도 좋다는 나쁜 신호를 주고, 이미 사법적 판단이 끝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 뒤 첫 방문지가 대구였다는 점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윤 당선자는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가 있지 않나. 인간적인 안타까움과 마음속으로 가진 미안함 이런 것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배석했던 권영세 인수위 부위원장과 유영하 변호사의 말을 종합하면, 윤 당선자는 2016년 ‘국정농단 사건’ 특검 수사팀장으로 수사를 지휘하고 중형을 구형한 것과 관련해 “굉장히 죄송하다” “면목이 없다. 늘 죄송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권 부위원장은 “(대화를) 50분 정도 했는데 정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했다”고 덧붙였다.

범죄 사건의 수사검사가 출소한 피의자를 만나 수사와 관련한 인간적 미안함을 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연인 대 자연인’의 만남일 경우다. 이날의 만남은 단순한 전직 검사가 아니라, 대통령 당선자 신분으로 자신이 수사했던 국정농단 사건의 당사자를 찾아가 마련된 자리였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신중했어야 한다. 대체 무엇이 죄송했고 면목 없었다는 말인가? 국정을 사유화한 중범죄가 발각돼 국민의 촛불로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이다. 게다가 사면복권된지 겨우 3개월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 한번 내놓지 않았다. 벌써부터 대리인을 내세워 정치활동을 재개하려는 그에게 왜 대통령 당선자가 찾아가 고개를 숙이는 것인지,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로선 황당하고 분노가 치밀 뿐이다.

대통령 당선 뒤 첫 방문지로 보수의 텃밭인 대구·경북을 택한 것도 부적절하다. 자신을 일러 “안동의 아들, 경북의 아들”이라고 현장에서 발언한 것까지 보면,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자신의 지지층만을 ‘선택적’으로 만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그의 당선 일성이 ‘국민 통합’이었음을 똑똑히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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