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영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통위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4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0%로 인상했다. 지난해 8월 통화정책 정상화를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1%포인트나 올린 셈이다. 최근 가파른 물가 오름세를 고려하면 불가피한 조처로 이해된다. 금리 인상이 연내 최소 두차례 이상 추가로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 가계의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은 총재가 공백 상태인데도 금통위가 이번에 금리를 인상한 핵심 근거는 물가 부담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나 뛰었다. 한은은 지난 2월에 올해 물가 상승률을 3.1%로 예상한 바 있는데 이를 초과할 개연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주상영 금통위 의장 직무대행은 이날 “올해 물가 상승률은 4% 또는 그에 근접한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다 인플레 기대심리가 높아지고 외식 등 서비스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어 한은이 선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이번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글로벌 인플레 현상이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세계의 중앙은행 격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통화정책의 정상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태세이기 때문이다. 연준이 다음달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에 나서면 한-미 간 금리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자본 해외 유출 우려가 커져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 압박을 받게 된다. 가계부채 급증에 따른 금융 불균형 누적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 주요 변수도 남아 있다. 금융시장에선 올 연말 기준금리가 최소 2% 이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은은 금리 1%포인트 상승 시 가계 이자 부담은 연간 13조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한다. 가장 우려되는 이들은 다중채무자(금융회사 3곳 이상 대출자)와 ‘영끌’ ‘빚투’에 나선 20·30대, 코로나19로 과다한 빚을 끌어다 쓴 자영업자 등이다. 한은은 다중채무자이면서 동시에 저소득·저신용 계층인 취약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64.8%에 이른다고 밝혔다. 연소득의 약 3분의 2를 원리금 상환에 쓴다는 얘기다. 이미 빚 상환이 버거운 상태인 이들은 추가적인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금리 상승에 취약한 이들에 대해 선제적인 ‘채무 구조조정’ 등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