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이창양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서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이끌 새 정부의 총리와 장관 후보자 19명 가운데 대기업 사외이사 출신이 5명이나 된다. 금융회사 사외이사까지 포함하면 6명이다. 그대로 임명되면 가히 ‘사외이사 내각’이라 할 만하다. 앞으로 직무를 수행할 때 이해상충의 우려가 크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김앤장의 고문으로 일하며 거액의 보수를 받았는데, 지난해 3월부터 에쓰오일 사외이사로도 일하다가 지난 1일 사임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티씨케이, 에스케이(SK)하이닉스, 엘지(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로 일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간사로 위촉된 상황에서도 엘지디스플레이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사외이사가 직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신세계인터내셔널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가 애경 지주회사인 에이케이(AK)홀딩스에서,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삼성전자에서, 정황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후보자가 농협경제지주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하다 후보자로 지명됐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영향력이 큰 김대기 비서실장 내정자도 두산중공업·에스케이이노베이션 등에서 사외이사로 일했고, 사회기반시설(SOC) 투자사업을 많이 하는 맥쿼리인프라에서 감독이사로 재직 중이다.
사외이사 제도는 애초 경영진을 감시하여 투명한 경영이 이뤄지게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 임명권을 가진 대주주나 최고경영자가 교수, 전직 고위 관료, 법조인들에게 자리를 주면서 ‘관리’하는 제도로 변질된 게 현실이다. 이번 각료 후보 지명 과정에서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공직자 출신이 기업의 사외이사로 일하다가 다시 공직 후보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기업의 신세를 진 이들이 과연 해당 기업의 이해가 걸린 업무를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임명권자나 후보자가 ‘이해상충 우려’를 무시하는 태도는 더 걱정스럽다. 이창양 후보자는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된다는 질문에 “사외이사를 다 퇴임했다”고 대답했다. 이미 퇴임했거나 장관에 임명되면 물러날 것이니 괜찮다는 수준의 윤리의식으로 과연 공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국민의힘 충북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섰다 탈락한 이혜훈 전 의원은 지난 6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진 뒤 사외이사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많았지만, 공직에 돌아오려 할 때 이해상충을 피하려 거절해왔다’고 말했다. 그것이 기본이요 상식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