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을 해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의 의대 진학과 병역 판정 과정에서 ‘아빠 찬스’ 사용 의혹에 휘말린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공개적으로 두둔했다. 윤 당선자는 경북대병원 부원장·원장 재직 당시 두 자녀의 의대 편입학과 아들의 병무용 진단서 발급에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고 의심받는 정 후보자에 대해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하지 않나’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배현진 당선자 대변인이 17일 전했다.
배 대변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연 브리핑에서 ‘당선자가 정 후보자 자녀의 병역·학력 의혹을 인지하고 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뉴스도 모니터링해서 보고해서 당연히 빠짐없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정 후보자 관련 의혹을 모두 보고받았지만 ‘아직은 부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다는 뜻이다. 이런 당선자 쪽 반응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최고위에서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태도와도 다르다. 대통령 당선자가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감싸는 ‘40년 지기’ 장관 후보자의 논란과 거취에 대해 당 지도부가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윤 당선자 쪽은 유사한 자녀 입시부정 의혹 등으로 장관 후보자 지명 뒤 거센 낙마 공세에 시달렸던 ‘조국 케이스’와의 비교도 일축했다. 배 대변인은 “(조 전 장관 딸은) 명확한 학력 위·변조가 국민 앞에 확인된 사건”이라며 “정 후보자에게 제기되는 많은 의혹은 그에 준하는 범법 행위가 있었는지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지금까지 해명을 보면 전혀 없다고 저희는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조국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열기 전인 2019년 8월24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어 조 후보자의 즉각 사퇴와 검찰 수사,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사실, 사흘 뒤인 27일 ‘윤석열 검찰’이 조 전 장관 자녀 입시 의혹과 관련한 대학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던 사실을 잊었단 말인가.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를 향한 국민의 시선이 왜 그렇게 싸늘한지부터 냉정하게 헤아려야 한다. 정권의 ‘내로남불’을 혹독하게 비판하며 집권한 이들이 정작 자기편의 의혹과 허물에 대해 무책임한 감싸기로 일관한다면, 국민의 실망이 언제 격한 분노로 바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