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인수위 출범 한달을 맞이해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윤석열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18일로 출범 한달을 맞았다. 활동 기한의 절반을 지나 반환점을 돈 셈인데, 주요 국정과제 설정은 물론 정부 조직 개편안, 연금·노동 개혁안 등 애초 약속에 대해 방향조차 내놓지 못해 존재감이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미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지난달 18일 인수위 출범식에서 “새 정부는 일 잘하는 정부,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정부가 돼야 한다”며 “국정과제는 개별 부처와 분과를 넘어 국가 전체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조율해달라”고 당부했다. 요컨대 큰 그림을 그려달라는 주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 한달 동안 인수위가 내놓은 것이라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만 나이’로 법적 연령 계산법 통일,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사 폐지 제안 정도가 고작이다.
그럼에도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18일 기자회견에서 “역대 어느 인수위보다 묵묵히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 것은 자화자찬이라 접고 듣더라도 지나치다. 인수위는 이날도 부동산 정책 종합발표를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는 등 폐기도 강행도 밝히지 않은 채 민감한 사안을 잇달아 미뤄왔는데, 분명한 방향이 보이지 않으니 지방선거를 의식해 ‘간보기’만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의 손실 보상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구체적인 정부 조직 개편안은 물론 연금·노동 개혁안도 전혀 손을 대지 못했다.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일수록 어떤 방향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공론화를 하겠다는 계획을 인수위 단계에서 내놔야 한다.
이런 상황은 윤 당선자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당선되자마자 시급하지도 않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를 들고나와 소모적인 논란을 키웠다. ‘당선자가 아는 사람’ 위주의 내각 인선으로 공동정부를 약속했던 안 위원장과 갈등을 빚는 한편, 후보자 검증을 여론의 블랙홀로 만들었다.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이슈를 집어삼키며 인수위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가 됐다.
이젠 다짐과 약속을 넘어 결과물을 내놓아야 할 시점이다. 안 위원장은 “이번주부터 분과별 주요 과제를 하나씩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이 인수위에 기대하는 것은 소소한 고충이나 민원의 해결이 아니라 통합과 협치라는 시대적 소명에 걸맞은 다음 정부의 밑그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