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이 지난 19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의 3.0%에서 2.5%로 낮춰잡고, 물가 상승률은 3.1%에서 4.0%로 높여잡았다. 사진은 17일 서울의 한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경기 회복 속도는 더뎌지는데 물가는 치솟는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1970년대 석유파동기의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침체 정도가 약해서, ‘슬로플레이션’이라 부른다. 머잖아 코로나 팬데믹의 끝이 올 거라 기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국제 에너지, 식량 가격을 끌어올려 슬로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앞날에도 불확실성이 매우 커졌다. 이런 국면이 길게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경제정책 목표를 재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정을 우선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9일(미국 워싱턴 현지시각)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했던 4.4%에서 0.8%포인트 낮춰 3.6%로 수정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월의 3.0%에서 2.5%로 낮춰잡고, 물가 상승률은 3.1%에서 4.0%로 높여잡았다. 세계경제나 한국경제나 몇달 전 전망했던 것보다 성장이 둔화하고, 물가상승폭은 클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한국은행이나 기획재정부는 3.1%, 3.0%로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를 아직 수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새 한은 총재와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하면 곧 비슷한 수치로 바꿀 것으로 보인다. 1월과 2월 산업생산이 전달보다 감소해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되는 조짐이 이미 뚜렷하고, 3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대비 4.1%에 이르러 10년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3월 생산자 물가를 보면 전달보다 1.3%나 올라, 시차를 두고 영향을 받는 소비자 물가가 앞으로 더 오를 것임을 예고했다.
악순환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물가와 환율의 안정이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이 20일 장중 한때 1240원을 돌파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환율의 급등은 수입 물가를 올리고, 외국 자본의 이탈도 촉진한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계속 인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금리 인상은 경기와 자산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리 인상은 엄청난 규모로 불어나있는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일이다. 가계신용(대출과 신용매입액)은 최근 8년간 연평균 10% 넘게 늘어나 지난해말 기준 1862조원에 이른다. 금리 인상과 경기 후퇴가 가계의 신용위기,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를 보류한 새 정부 부동산 정책에서도 이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장밋빛 전망과 목표를 내려놓고, 얼음 판 위를 걷듯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