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학생들이 27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이문로 학교 본관 앞에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다. ‘양파 껍질’, ‘고구마 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과연 이런 사람에게 우리나라 교육을 맡겨도 되는지 걱정스러울 따름이다.
온 가족이 ‘아빠 찬스’를 누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풀브라이트 장학금 논란을 보노라면 참으로 살뜰하게 챙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 후보자가 2012~2015년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으로 재임할 당시 그의 딸이 이 재단 장학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그의 아들도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정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아들은 지난 30년간 ‘사회과학’ 분야에서 유일하게 이 장학금을 받은 사례라고 27일 <한겨레>가 추가 보도했다.
후보자 쪽은 ‘선발에 내부 관련자들이 일체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는 해명만 내놓고 있다. 하지만 풀브라이트 장학생 선발을 총괄하는 한미교육위원단 위원에 풀브라이트 동문회장 출신이 여럿 포함돼 있다는 사실 또한 드러났다. 앞서 김 후보자는 1996년, 그의 배우자는 2004년, 풀브라이트재단의 지원을 받아 각각 초빙교수와 교환교수로 미국 대학에 다녀왔다. 선발 인원이 적어 경쟁이 매우 치열한 국외 장학 프로그램에 어떻게 온 가족이 선발될 수 있었는지, 그 정도로 온 가족이 ‘능력자’라는 것인지, 이를 납득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제기된 의혹은 ‘장학금 특혜’뿐만이 아니다. 김 후보자는 한국외국어대 총장 재임 시절 롯데그룹 계열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며 1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아 총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셀프 승인’ 논란이 일자, 사전에 이사장의 겸직 승인을 받았다고 해명했지만 이도 사실과 달랐다. 이 밖에 ‘금수저 학부모’ 전수조사 시도,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등 의혹도 꼬리를 물고 있다. 과거 성희롱 의혹 교수를 옹호하는 탄원에 참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정도면 교육자라고 하기가 부끄러울 지경이다.
전국교수노조 등 교육단체들과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는 27일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 지명 철회와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한 나라의 교육을 책임질 교육부 장관은 누구보다 청렴성과 정직성이 요구된다. 각종 특혜와 부적절한 처신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사람을 교육부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은 새 정부가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일이다.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가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