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내정자가 1일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가안보실 인선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김태효 안보실 1차장 내정자, 오른쪽은 신인호 2차장 내정자다. 인수위 사진기자단
1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첫 대통령실 인선에서 국가안보실장에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국가안보실 1차장엔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내정됐다. 이명박(MB) 정부의 청와대에서 한-미 동맹 중심의 외교안보정책을 지휘했던 인물들로, 친미·반중·대북 강경 외교 색채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성한 내정자는 윤 당선자의 초등학교 동창인 ‘50년 지기’로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를 비롯한 외교안보공약 설계를 주도해왔다. 대북정책에서는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원칙 있는 남북관계’를 강조한다. 김태효 내정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과 대외전략기획관으로 외교안보정책을 지휘한 실세였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가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담긴 논문을 쓰기도 한 그는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를 지향하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밀실 처리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산하에 경제안보비서관을 두고 1차장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까지 겸하게 되면서, 외교·통일·경제안보까지 포괄하는 김 내정자의 영향력이 막강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새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 미국통인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이어 김성한·김태효 내정자가 포진하면서,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균형 잡기 대신 한-미 동맹 일변도로 가겠다는 방향성이 더욱 분명해졌다.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국과의 갈등 악화로 인한 경제적 충격, 북한과의 긴장 고조로 이어질 위험도 커졌다.
비서관급인 강인선 대변인을 빼고 2실장 5수석을 모두 50대 이상 남성으로 채운 이날 인선은, ‘5060 남성 중심’ 내각에 대한 비판에도 아랑곳없이 ‘마이웨이’ 공직 인선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여 실망스럽다. 특히 시민운동 경험이 전혀 없는 강승규 전 의원을 시민사회수석으로 임명한 것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의회와의 협력을 회피할 통로로 삼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음을 새 정부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