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일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청문회가 후보자들의 자료 미제출이나 부실 제출로 한때 정회되는 등 차질을 빚었다.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서도 자료 제출은 최소한의 요건이다. 구체적인 의혹에 대한 자료 요구를 ‘개인정보’ ‘비밀정보’라는 이유로 무더기로 거부하는 행태는 검증을 회피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한덕수 후보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거액을 받고 고문으로 활동한 데 대해 “국민 눈높이로 보면 송구스러운 측면은 있다”면서도 “공공 외교를 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봤다”, “후배 공무원들한테 단 한 건도 전화하거나 부탁을 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김앤장 활동 내역은 지난주 낸 한장 반짜리 자료 말고는 전혀 없었다. 20억원을 받고 김앤장에서 무슨 일을 했느냐는 국민들의 ‘상식적인 의혹’을 풀어주겠다는 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든다.
통상산업부 고위직 재직 때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하던 미국 기업에서 총 6억2천만원의 월세를 받은 것도 특혜의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월세 소득을 확인하기 위해 개인정보 공개에 동의하라는 요구는 거부했다. 부영과 효성이 사준 4점 외에 화가인 배우자의 작품 6점이 누구에게 얼마에 팔렸는지 개인 신상을 가려서라도 제출하라는 요구 또한 개인정보라 공개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배우자의 계좌 현황, 국민연금 납부 현황 등도 제출하지 않았다. 청문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마저 “제3자도 아니고 가족이 부동의해서 관련 자료를 낼 수 없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며 추가 제출을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원희룡 후보자는 배우자와 자녀의 유학·해외연수 내역, 학적, 유학비 송금 내역 등의 제출을 거부했다. 과거 “공직자 재산 현황과 변동 내역은 개인 프라이버시가 아니라 자격 검증을 위한 공적 자료”라고 했던 자신의 발언이 무색한 행태다. 박보균 후보자는 장녀의 재산 자료 제출을 거부했고, 차녀의 유명 자사고 편입 관련 자료도 개인정보라며 내지 않았다.
개인의 권리라고는 하나, 고위공직자가 되겠다고 나선 인물들이 ‘개인정보 제공 거부’를 남발하는 것은 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행태다. 청문회만 끝나면 넘어갈 것이라는 계산이라면 빨리 접기 바란다. 기초적인 의혹조차 풀지 못한 이들을 총리, 장관으로 존중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