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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윗선 의혹’ 풀지 못한 공수처 ‘고발사주’ 수사

등록 2022-05-04 18:05수정 2022-05-05 02:10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4일 공수처 브리핑실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수사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4일 공수처 브리핑실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수사 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4일 ‘고발사주’ 의혹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공범 관계로 보되 범행 당시 민간인 신분이어서 관할권을 가진 검찰로 넘겼다. 2020년 총선 정국에서 검찰이 ‘검언유착’ 의혹과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당선자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야당에 여권 인사 등의 고발을 사주한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손준성 검사의 윗선으로 의심받는 윤 당선자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은 무혐의 처분됐다. 8개월 동안 수사가 진행됐지만 애초 언론이 폭로한 ‘고발장 전달’ 사실을 재확인한 것 말고는 고발장 작성 주체, 최초 지시자 등 핵심 의혹을 하나도 밝혀내지 못했다. 공수처는 고발장 작성자를 어느 정도 특정했으나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하기 어려워 불기소 처분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윤 당선자 등에 대한 수사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결국 ‘윗선 수사’는 아예 근처에도 못 간 채 접은 셈이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검찰이 총선에 영향을 끼치려고 특정 정당에 고발을 사주한 것은 국기문란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다. 이런 행위를 손 검사 개인 차원에서 감행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수사정보정책관은 검찰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측근 간부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자와 가족, 한 후보자 등을 피해자로 하는 고발장을 당사자와 상의 없이 야당에 전달할 수 있었겠느냐는 합리적 의문도 풀리지 않는다. 윤 당선자의 개입 의혹을 떠나 이번 수사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당시 검찰 수장이자 손 검사의 직속상관으로서 지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숱한 의문점을 그대로 남긴 채 끝난 공수처의 수사 결과를 수긍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수처는 압수수색 절차를 지키지 않아 영장이 취소되거나 손 검사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는 등 수사 과정에서 미숙함을 드러냈다. 손 검사가 영장심사 때는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 등 협조 뜻을 밝혔다가 이후 비협조로 돌아서는 등 수사 대상자들이 노회한 방어에 나선 탓도 있겠지만, 초라한 수사 결과의 원인이 수사력 부족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공수처는 쏟아지는 불신과 냉소를 뼈아프게 인식하고 위상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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