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으로부터 인수위가 준비한 110대 국정과제를 전달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지난 3일 윤석열 정부의 국영운영의 근간이 될 국정비전과 110개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의 반대’라는 것 외에 윤 정부만의 어떤 비전이 있는지 찾아보기 힘들고 구체성도 떨어진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대선 당시 논란이 됐던 ‘한 줄 공약’도 아무런 설명 없이 슬그머니 빠졌다. 다분히 6월1일 지방선거를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특히 인수위가 내놓은 감세·탈규제 등 보수 일변도의 정책으로는 불평등, 주거안정 등 시대적 과제를 풀기 어려워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인수위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 재검토 등 ‘부자 감세’를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또한 분양가상한제·재건축부담금·안전진단 등 재건축 3대 규제를 조정하고,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통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 공급 확대를 유도하겠다고 했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시장 상황을 봐가며 지역과 무관하게 70%로 단일화하는 등 대출 규제도 완화한다. 이런 감세와 재건축·대출 규제완화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 부동산 가격 하향안정화 기조를 흔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실제로, 서울 강남지역과 분당·일산 등 1기 새도시는 이런 기대감에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인수위는 경제정책의 핵심 목표로 “민간의 창의, 역동성과 활력 속에 성장과 복지가 공정하게 선순환하는 경제시스템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와 민·관·연 합동 규제혁신추진단(가칭)을 구성해 전방위적 규제개혁에 나서겠다고 했다. 불필요한 규제를 개혁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정부 정책에 대기업의 요구가 무분별하게 반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정과제에는 또한 정부 주도의 성장지향형 산업전략과 반도체·디지털·에너지 등 산업별 지원 정책이 깨알같이 나열돼 있다. 과거 개발연대식 성장 정책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반면에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분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외에는 유의미한 방안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코로나19는 부의 격차와 세대 간 불공평 등 기존의 경제·사회정책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상흔을 우리 사회에 남겼다. 성장만 하면 마치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말하는 인수위의 성장지상주의적 정책은 오히려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들을 내놓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