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부인 김건희씨. 공동취재사진단
국민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겸임강사 임용을 취소하라는 교육부 감사 결과에 불복해 지난달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석달 넘게 시간만 끌다 윤석열 정부 출범이 다가오자 뒤늦게 행정심판을 낸 것이다. ‘권력 눈치보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대는 표절 의혹을 받는 김씨 논문 4편의 재조사 결과도 여태 내놓지 않고 있다. 대학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스스로 저버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씨는 국민대에 2014학년도 1학기 겸임교수를 지원하면서 낸 이력서의 경력 사항에 한국폴리텍1대학 강서캠퍼스 ‘시간강사/산학겸임교원’ 경력을 ‘부교수(겸임)’으로 부풀리고, 학력 사항에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전문석사’를 ‘서울대 경영학과 석사’로 허위 기재했다. 그러나 국민대는 심사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뿐더러, 김씨가 국민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교원 임용 규정을 어겨가며 면접도 생략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관련 의혹에 대한 감사 요청을 받아 특정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런 사실을 밝혀내고, 국민대에 자체 규정에 부합하는 조처를 하도록 요구했다. 국민대의 교원 임용 규정에는 “비전임교원 임용 시 진술한 내용 및 제출한 서류에 허위 사실이 발견될 시에는 발령일자로 임용을 취소한다”고 돼 있다. 국민대의 행정심판 청구는 스스로 정한 규정에 불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어처구니없기까지 하다.
국민대는 김씨의 박사 학위 논문 등 4편의 논문에 대한 재조사 결과 발표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김씨의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조사하는 숙명여대도 지난 3월에야 예비조사를 마친 뒤 본조사 여부를 결정할 회의조차 열지 않고 있다. 가천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지난달 18일 결과(‘표절에 해당하지 않음’)를 발표했다. 두 대학보다는 상대적으로 빨랐으나, 의혹이 제기됐던 시점을 생각하면 이르다고 하기 어렵다.
우리 대학들은 긴 시간 사회적 비판을 받아가며 논문 표절 등과 관련한 규범과 윤리를 어렵사리 확보해왔다. 그러나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제자 논문 짜깁기’와 ‘방석집 논문 심사’ 논란으로 낙마한 데서 보듯, 논문과 관련한 부정행위의 뿌리는 매우 깊다. 김건희씨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재조사는 ‘진실 수호자’로서 대학의 현주소와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