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한 합의를 백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의 후속 입법 등을 완성하려면 법안의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를 지켜야 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을 외면하는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카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여야가 이미 합의한 내용을 상황 논리에 따라 뒤집는 것은 국회의 신뢰를 무너뜨린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5월29일로 전반기 원 구성이 마무리되고, 후반기 원 구성을 어떻게 할지 협상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후반기 원 구성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 윤호중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대 후반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다’고 합의했지만, 박 원내대표는 이를 전임 지도부의 ‘월권’으로 치부했다. 공당의 원내대표들이 합의한 내용을 1년도 안 돼 파기한다면, 앞으로 어떤 지도부가 책임 있게 협상에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안을 파기했다는 점도 합의 파기의 ‘명분’으로 들고 있다. 국민의힘이 먼저 협치를 무시했으니 민주당 역시 그래도 된다는 말인가. 이견을 좁히고 최대한 타협점을 끌어내는 정치의 영역을 스스로 없애버리는 행태다.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을 견제하기 위해선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16대 국회 이래로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은 것은 사실이다. 국회 운영의 실권을 쥐고 있는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여야가 나눠 맡는 것은 권력을 분점하고 서로를 견제하기 위한 관행이다. 하지만 이 관례를 깬 것이 민주당이다. 21대 국회 출범 직후 민주당은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에서 여당 소속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주요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민주당이 이런 주장에 나선 데는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 등 후속 입법을 논의할 사개특위 설치에 국민의힘이 전혀 응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 배경에 있다. 국민의힘이 ‘고발인 이의제기 제한’ 등 보완을 비롯한 수사 공백 대책, 경찰 권한 통제 논의 등을 외면하며 ‘발목잡기’만 계속한다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명분 없는 주장을 거두고, 국민의힘은 사개특위 논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