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브리핑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6일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올렸다. 이로써 지난해 8월 한은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선 이후 9개월 사이 기준금리가 1.25%포인트나 올랐다. 이런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 있는 가계의 이자 부담이 큰 폭 증가하는 만큼, 범정부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은이 지난달에 이어 이례적으로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물가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브리핑에서 “앞으로 수개월은 5%가 넘는 물가 상승률이 나올 것으로 확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물가의 정점이 (올해) 상반기가 아닌, 중반기 이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해 전체 물가 전망을 2.7%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반면에 올해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3%에서 2.7%로 내렸다.
문제는 금리 인상이 올해 서너차례 더 단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올해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두어차례 더 한다고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이 이렇게 금리를 올리면 미국 기준금리의 상단은 현재 1%에서 연말에는 2%를 넘어선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은 외국인 자금 유출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한은으로선 금리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올 연말 2.25% 안팎까지 올라간다. 이 총재도 ‘연말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전망치가 당초 2%에서 2.25~2.50% 수준으로 상향된 것이 합리적이냐'는 질문에 “합리적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고 있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1862조원(지난해 말)으로 전례 없이 누적된 상황이어서 가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적으로도 위험 촉발 요인이 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 인상(1.25%포인트)에 따른 추가적인 이자 부담은 약 17조원(1인당 평균 80만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자영업자와 취약 차주 중에서는 더이상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할 수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가계부채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가계에 대한 위험 관리와 지원에 나서야 한다. 금융회사들도 원금 분할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지나치게 증가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