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가 충격 등의 여파로 코스피지수가 3.52% 떨어지며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치인 8.6%라고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지며 유럽과 미국 증시가 폭락했다. 13일 코스피지수가 3.5% 넘게 떨어지는 등 아시아 국가 주가도 급락했다. 통화 긴축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물가 상승 억제와 경기 활력 유지라는 상반된 목표 사이에서 정책의 균형 찾기가 어려운 국면이다. 물가 상승 여파는 모든 경제주체들에게 고루 미치지 않는다. 일부에 고통이 집중돼 경제 선순환의 고리가 끊어지는 일이 없게 하는 것도 긴요하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말로만 ‘물가’를 걱정할 뿐 별 움직임이 없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도 5월에 5.4% 뛰었다. 6월에도 국제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더 올라갈 게 틀림없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통화정책만으로 물가를 안정시키긴 어렵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서 비롯하는 부분은 돈줄을 죄는 것으로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물가 대책의 적잖은 부분은 경제주체들이 고르게 고통을 분담하게 조정하는 일이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원재료 값이 급등하는데도 납품 단가를 올려 받지 못해 어려움이 크다. 화물연대의 파업도 안전운임제가 일몰로 폐지될 경우 기름값 급등의 부담을 화물차주가 고스란히 뒤집어쓸 처지에 놓인 탓이 크다. 물가 급등은 저소득 계층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다. 이들에겐 직접 지원을 늘려야 한다. 임금 협상력이 떨어지는 최저임금제 적용 노동자들에겐 실질임금을 방어하는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 대기업들 사이에 가격 담합이 횡행할 가능성도 있다. 고물가 대책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할 곳들이다.
정부가 6·1 지방선거 직전인 5월30일 발표한 ‘민생 안정 10대 프로젝트’는 사실상 보유세 인하 계획이었다. 일부 수입 품목의 관세 인하 조처가 포함됐지만 물가 안정 효과는 미미하다. 2차 추가경정예산에 포함된 취약계층 지원 예산은 눈에 띄지도 않을 정도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여기저기서 한숨과 비명이 터져나온다. 유류세는 이미 법정 최대치인 30%를 깎았지만 약발이 다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가 인하 검토를 지시했다는데, 법을 고치지 않고는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로 내리기 어렵다. 대책이 벌써 바닥을 드러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