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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표절·대필로 얼룩진 ‘글로벌 스펙 쌓기’, 사회가 멍든다

등록 2022-06-16 05:00수정 2022-06-16 08:34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유명 대학에 자녀를 입학시키려는 학부모들이 유학 컨설팅 업체들에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대가를 주고 논문대회, 봉사활동 등 각종 스펙을 쌓게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필 등 ‘가짜 스펙’ 제공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또 케냐 등 저개발 영어권 국가들에 형성된 ‘대필 산업’의 주된 고객층의 하나가 한국인 학생들이라고 한다. 한달 동안 5명 이상의 한국인에게 전자책·논문·에세이·리포트 등 23건의 대필 작업을 해줬다는 케냐인도 있었다. <한겨레>가 최근 미국 현지 취재 등을 통해 파헤친 ‘글로벌 스펙 쌓기’ 실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학력 대물림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일부 기득권층의 불공정 행태가 외국에까지 무대를 확장한 모습에 허탈감과 창피함을 금할 수 없다. 이처럼 편법과 부정을 동원한 외국 대학 입학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 학위 소지자는 국내 정·관계, 기업 등에서 날로 각광받고 있다. 부당한 방식으로 외국 대학을 다닌 뒤 ‘글로벌 인재’라는 포장으로 국내에서 우월한 지위를 누리는 것은 다수의 피해자를 낳는 불공정 행위다. 또 이런 실태가 드러나면서 선의의 한국인 학생들이 입는 피해도 심각하다. 무엇보다 교육이 추구할 핵심 가치인 정직성을 부정함으로써 공동체를 뿌리부터 멍들게 한다.

우리 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딸의 표절·대필 논란이다. 그런 점에서 의혹 규명은커녕 제대로 된 반성·사과조차 없이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문화방송> ‘피디수첩’은 14일 한 장관 딸이 봉사활동을 한 지역아동센터를 6월9일 방문했는데 봉사활동 일지에 7월26일자까지 본인 서명이 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기존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데다 추가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한 장관이 아무 일 없다는 듯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한다면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잠재우는 꼴이 될 것이다.

학생들의 대필 문제가 불거지면서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선 이를 범죄화하는 등 특단의 대처에 나서고 있다. 사회정의나 교육적 차원에서 방관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대필이나 가짜 스펙 등 부정한 방식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더 이상 교육 현장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그것이 부정한 선택으로 내몰리는 학생들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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