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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로펌활동 ‘2줄 신고’ 총리, 이해충돌방지법 사문화시키나

등록 2022-06-29 18:25수정 2022-06-30 02:39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8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28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해충돌방지법상 신고 의무에 따라 최근 3년간 민간 활동 내역을 제출했으나, 로펌 고문 업무는 단 두 줄로만 신고했다. 한 총리는 취임 전 4년여간 김앤장 고문으로 일하며 약 20억원을 받아 논란이 인 바 있다. 그는 국회 인준청문회에서 ‘영업비밀’이라며 구체적인 활동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도 같은 행태를 반복한 것이다.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국무총리가 첫발을 뗀 이해충돌방지법을 사실상 무력화시키는 행위와 다름없다.

한 총리는 최근 ‘고위공직자의 민간부문 업무활동 내역서’를 국무총리실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게 제출했다. 그는 지난달 19일부터 시행된 이해충돌방지법의 첫 신고대상자였다. <한국방송>(KBS)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내역서를 보면, 김앤장 고문 업무 내용으로 ‘국제 통상환경, 주요국 통상정책 연구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 주요국 경제 변화에 따른 국내 경제정책 방향 분석 및 소속 변호사 자문’이라고만 신고했다. 에쓰오일 사외이사의 업무 내용으로는 ‘이사회 참석 및 상정 안건 검토·분석 등’이라고만 적어 냈다. 이런 쓰나 마나 한 내용만 가지고 어떻게 이해충돌 여부를 판별하라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다. 로펌 고문, 대기업 사외이사들의 대정부 로비 의혹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만 키울 뿐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의 핵심은 공직자가 이해충돌이 발생하는 업무를 맡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이해충돌은 ‘사적 이해관계가 공직자의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에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 법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직자의 사적 이해관계가 먼저 소상히 신고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공직자가 어떤 이해충돌에 직면해 있는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총리의 부실한 신고는 다른 공직자에게도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총리도 ‘두 줄’만 적었는데, 더 적어 낼 이유가 없다고 나올 게 뻔하다.

이 법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개혁하고자 8년여 진통 끝에 가까스로 제정됐다. 한 총리는 최근 독립성과 임기가 보장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함께 이해충돌방지법을 관장하는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하는 조처도 취했는데, 공교롭게도 한 총리로 인해 이해충돌방지법까지 사문화될 위기에 빠졌다. 법상 신고 조항이 빈약하다면 이를 개정해서라도 고위공직자들의 몰염치한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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