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북대학교에서 새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운용방향을 논의하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7일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열어 새 정부 5년간의 국가재정 운용 방향을 정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에서 관리하고, 2027년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50% 중반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그런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등 대규모 감세를 계획하고 있는 정부가 재정적자 관리에 매진한다면, 국가가 해야 할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당장 올해도 물가상승률이 6%에 이르는 상황에서 유류세 인하 말고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형편인데, 우려하는 경기 침체까지 닥치면 어쩌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의 재정 운용 계획은 문재인 정부 시절의 재정적자 확대와 국가부채 규모 증가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2020년부터 올해까지는 ‘코로나 위기’에 맞서 국가가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려 대처한 시기다. 특히 올해는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주도해 2차 추경을 편성해 자영업자 손실보상 24조6천억원 등 모두 62조원 규모의 지출을 늘리기로 했다. 이로 인해 재정적자를 줄이지 못했는데, 잘못한 일이라고 벌써 후회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나라 살림은 허투루 써서도, 대책 없이 마구 써서도 안 된다. 하지만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3% 이내로 관리한다는 목표는 ‘재정건전성’이란 잘못된 신화에 뿌리를 둔 것이다. 재정은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필요한 때는 과감히 적자를 감수하고 지출에 나서야 한다. 효율적으로 쓴다면 그것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훨씬 높인다.
우리나라는 사회보장성 기금의 축적이 많은 나라다. 이를 뺀 관리재정수지로 재정을 관리하면, 재정 운용이 지나치게 긴축적이고 경직적이게 된다. 지금은 가파른 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 사회 양극화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재정으로 적극적 구실을 해야 하는 시기다. 미적거리다가는 만성적인 내수 부진의 늪에 빠져들 위험성이 크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보유세 대폭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재정적자를 줄이려면 지출을 극도로 억제해야 한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어떤 지출 항목을 빼는지 봐야 알겠지만, 재정 운용 방향이 우리 사회가 중장기적으로 해결해 가야 할 과제들을 지워버리는 것이라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당장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후퇴할 가능성이 큰데, 재정지출을 억제하면서 제대로 민생을 돌볼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