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이은주 비대위원장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7차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선·지방선거 평가와 당 쇄신 방안을 둘러싼 정의당 내부 논쟁이 뜨겁다. 12일엔 비례대표 의원 총사퇴 방안을 놓고 찬반 토론이 진행된 가운데, ‘선거 패배 책임론’이 제기된 심상정 의원이 대선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심 의원은 이날 당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그간 당을 주도해온 세력은 낡았고 심상정의 리더십은 소진됐다”며 “진보정당 1세대의 실험이 끝났다”고 실패를 자인했다. 이어 “차기 리더십이 주도할 근본적 혁신은 주류세력 교체, 세대교체, 인물교체를 통해 긴 호흡으로 완전히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번 논쟁이 진보정당의 존재 이유를 새롭게 보여줄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심 의원의 글은 전날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분출한 ‘심상정 책임론’에 대한 응답이다. 한석호 비대위원은 이 회의에서 “1기 정의당 노선은 민주당과의 연대를 통해 성장한다는 ‘민주당 의존 전략’”으로 “정의당의 실패는 심상정의 실패”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심상정 당 대표 시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적격’으로 판단하고 민주당과 선거법 개정에 협력한 사실을 들었다. 이에 대해 심 의원은 “조국 사태와 관련한 당시 결정은 명백한 정치적 오류였다”고 거듭 사과했다. 다만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선거법 개정 협상을 위해서라기보다 ‘그러지 않을 경우 분당 수준의 대량 탈당이 예측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뿌리가 다른 계파가 혼재한 당의 특성을 짚은 것이다. 다층적 당 구성 세력을 아우를 명료한 비전과 전략의 정립을 통해 풀어갈 문제일 수밖에 없다.
당의 핵심 가치와 관련한 대립도 정의당의 당면 과제다. 당 일부에선 노동에 기반해야 할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젠더’ 이슈에 가려진 점을 위기 요인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현대적 진보정당이 노동과 성평등을 양자택일의 대립적 가치로 상정할 이유는 없다. 양극화와 성차별 등 모든 불평등의 극복으로 시야를 확장하되, 국면에 맞게 가장 시급한 과제에 집중하는 유연성을 발휘할 문제다. 무엇보다 이런 가치를 구체적 삶의 의제로 풀어내는 정책 능력의 확보가 시급하다.
비례의원 총사퇴를 두고도 찬반이 팽팽하다. 둘 다 일장일단이 있다. 다만 인적 책임 논란이 사람을 가느냐 마느냐에 갇혀선 안 된다. 중요한 건 정의당이 시대와 호흡하는 진보의 가치를 유의미한 정치적 비전으로 제시할 수 있느냐다. 치열한 토론과 근본적 성찰로 새로운 길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