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회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참석한 뒤 의장실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1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 나섰다. 민생 위기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겨우 잡힌 국회 일정이라 집권여당과 다수당인 야당의 책임 있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 연설의 대부분을 ‘남 탓’으로 채웠다. 국회의 기본소임도 못하며 ‘적대적’ 대치만 거듭하는 거대 여야의 모습에 국민들 한숨이 깊어갈 뿐이다.
권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무려 16번이나 언급하며 민생 위기를 비롯한 모든 문제의 근원을 전 정권 탓으로 돌렸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며 지금의 여러 위기 상황이 문 정부의 ‘유산’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정책, 임대차 3법 등 “국민을 갈라치는 분열적 정책이 바로 민생 고통의 주범”이라고 지목했다. 전 정권과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지나치고 설득력이 떨어진다. 위기 상황을 풀어갈 능력이 없다는 ‘자백’으로 들릴 정도다.
실제 과도한 전 정권 탓에 비해 내놓은 민생 대책은 보잘것없다. 유류세 인하폭 확대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원리금 상환 일정 조정 등은 기대 효과가 미미하거나 기존 발표 내용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 공시지가 재조정, 분양가 상한제 재검토 등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다. 반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서는 “불법과 폭력에 대한 준엄한 법의 심판”을 운운하며 일방적인 엄포만 되풀이했다. 집권한 지 두달이 훨씬 넘은 여권 실세의 대표 연설이라기엔 내용이 빈약하고 너무나 책임감도 보이지 않는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 등 윤석열 정부의 초기 실정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경고하는 데 연설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야당으로서 당연히 제기해야 하는 문제라고 본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회 과반을 훨씬 웃도는 169석의 원내 제1당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비상한 경제상황”이라는 진단에 그칠 것이 아니라 집권 경험을 살려 좀 더 실효성 있는 민생 처방을 제안해야 맞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 중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도 있었다.
여야는 이날도 협상 결렬로 후반기 원구성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국회 원구성도 못한 채 교섭단체 연설을 한 것은 국민께 면목없는 일”이라며 “백마디 말보다 ‘국회의 문’부터 열라”고 한 정의당의 논평을 귀담아들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