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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어이 성평등 컨트롤타워 없애겠다는 윤 대통령

등록 2022-07-25 19:12수정 2022-07-26 02:39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독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으로부터 ‘독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업무보고를 받고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여가부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으나 지난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새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선 빠져 한때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는데 다시 쐐기를 박은 것이다. 폐지해야 할 명확한 이유와 근거, 그 이후의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닥치고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으니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여가부 업무를 총체적으로 검토해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여가부가 언론에 공개한 업무보고 자료에는 여가부 폐지가 포함돼 있지 않았고 김 장관도 업무보고에서 언급하지 않았는데, 윤 대통령이 마지막에 로드맵 마련을 지시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다시 한번 강한 의지를 밝힘에 따라, 여가부 폐지는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도 그동안 여러차례 여가부 폐지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혀온 터다. 실제 여가부가 이날 언론에 배포한 업무보고 자료에는 가족과 돌봄 관련 대책은 수두룩한 반면, 이전까지 중요하게 다뤄지던 ‘성평등’이라는 단어는 자취를 감췄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 대통령의 ‘소신’이 충실하게 반영돼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출범 뒤 여가부 폐지 논의는 다소 잦아들었지만, 성평등 가치가 빠르게 퇴색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 과정에서 여가부는 성평등 주무 부처로서의 소임을 사실상 방기했다. 무엇보다 김 장관의 책임이 무겁다. 김 장관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면전에서 “여가부는 예산만 축내는 부처”라고 폄하하는데도 “여가부 폐지에 공감한다”고 화답했다. 권 원내대표의 전화 한 통에 자신이 참석한 가운데 공식 출범한 성평등 문화 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양성평등기본법과 여성발전기본법 등은 여가부에 성평등 정책 ‘컨트롤타워’의 위상을 부여하고 있다. 김 장관은 그동안 여가부를 폐지해도 기능은 계속 유지된다고 밝혀왔지만, 여가부에서 ‘여성’을 지운다면 정부 차원의 성평등 추진체계는 약화할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에서는 여전히 ‘성평등 후진국’이라는 평가가 이어지는데, 여가부 장관이 기어이 성평등 주무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끝내겠다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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