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28%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4%포인트가 더 떨어지면서 취임 석달도 안 돼 30%대가 붕괴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조기 추락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취임 두달여 만에 21%로 폭락한 바 있지만, 그때는 ‘광우병’ 논란이라는 특정 이슈가 걸려 있었다. 지금은 윤 대통령을 필두로 한 정권 전반의 행태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깔려 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한 민심 이반 상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국정 수행 부정 평가 비율은 전주보다 2%포인트 늘어 62%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인사’(21%), ‘경험·자질 부족, 무능함’(8%),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음’(8%), ‘독단적·일방적’(8%), ‘소통 미흡’(6%) 등이 상위에 올랐다. ‘경찰국 신설’(4%), ‘여당 내부 갈등과 권성동 원내대표 문자메시지 노출’(3%)도 새로 부정 평가 이유로 꼽혔다. ‘오만, 불통, 무능’으로 요약되는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자질과 태도 문제에 더해 초법적 경찰 장악 속도전과 여당의 이전투구에 대해서도 국민의 불만이 분출한 것이다. 국민의힘 정당지지율도 하락해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더불어민주당과 동률(36%)을 이뤘다. 이 와중에 배현진 최고위원의 사퇴, 초선의원들의 비대위 전환 요구 등으로 ‘권성동 리더십’은 무너지고 당은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지지율 추락은 국정 수행 동력의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민생 위기가 깊어가고 있다. 정권의 무기력과 무능의 장기화는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재앙이 될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추가된 여당 갈등 역시 윤 대통령이 보낸 “내부 총질” 문자가 촉발점이었다. 윤 대통령은 문자가 공개된 지 이틀 만인 지난 28일 권 원내대표에게 “그것 때문에 며칠 혼났겠네”라고 남의 일인 양 위로했다고 한다. 무책임하고 염치없는 행태다. 김성회 전 다문화비서관, 극우 유튜버 누나에 이어 또다른 극단적 정치 성향 인사의 대통령실 기용이 문자를 통해 드러난 것은 인사에 대한 여론의 우려와 비판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지율 붕괴는 그 귀결일 뿐이다. 나아가 정권이 겸허한 자세로 민심에 귀 기울이고 협치의 길을 열어가지 않는다면 더 참담한 민심 이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준엄한 경고다. 지금이라도 윤 대통령이 자신의 인식부터 국정 기조까지 근본에서 성찰하고 대전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