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국회사진기자단
은행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해 말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최씨와 공범으로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인물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가 확보한 취임식 초청자 명단을 보면 이 인물이 김건희 여사 추천으로 올라와 있다. 그는 김 여사와 함께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과정을 수료하고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에 감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아무리 개인적 친분이 있더라도 가족의 범법 행위에 연루된 사람을 버젓이 취임식에 초청한 것은 국민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는 오만한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 여사 자신이 수사 대상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핵심 피의자로 기소된 권오수 전 회장의 아들도 취임식에 브이아이피로 초청받아 참석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는데, 권 전 회장의 부인과 도이치모터스 부사장도 초청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한다. 대통령 가족이 범죄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거나 수사를 받는 것 자체가 불미스러운 일이다.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판에 그 관련자들을 대거 취임식에 초청했다니 이는 공사 구분이 안 되는 것을 넘어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가족은 법 위에 있다는 비뚤어진 특권의식마저 느껴진다. 이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법치와 정의를 내세우며 범죄 척결을 강조한들 누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탓에 대통령실·관저 공사를 김 여사와 관련된 업체가 수주했다는 등의 의혹도 더 많은 의심을 사게 된다. 대통령 부인이 사적 이해를 바탕으로 공적 영역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의구심을 해소하지 않으면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는 국정 운영에 두고두고 걸림돌로 작용하리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