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8월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21대 국회 후반기 신임 국회의장단 초청 만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달 1일 정기국회 개회를 앞두고 국회의장단과 만나 협력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3시간가량 진행된 만찬에서 “국민들께 국회와 정부가 민생을 위해서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또 “의회가 국정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의장단은 “야당 의원을 많이 만나 의견을 들으시면 좋겠다”(김영주 부의장)고 조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이 실현되려면 국회의 입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무엇보다 169석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번 국회의장단과의 회동이 야당과의 관계 개선 및 ‘협치’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야당 대표를 한번도 만나지 않았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에 첫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했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각각 취임 한달 반, 두달 반 만에 여야 원내대표 혹은 당대표와 만났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와 8·15 경축사에서도 통합과 협치를 한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등 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며 이를 ‘정상화’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월성원전 조기 폐쇄’와 ‘북한 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기록관을 하루 두차례 압수수색하는 등 문재인 정부를 집중 포위하고 있다. 대선 과정의 ‘반문재인’ 기조가 취임 이후까지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을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국정운영은 계속해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예컨대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공급대책을 실현하려면 개정이 필요한 법안이 10개에 이른다고 한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는 물론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교육·연금·노동 개혁 역시 야당과의 협의 없이 성공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만찬 회동에서 김진표 의장이 제안한 여야중진협의체 가동과 개헌, 선거법 개정 등 정치 개혁 방안에 긍정적 의견을 표명했다고 한다. 또 김진표 의장의 제안을 토대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경호구역을 확장하도록 21일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경청하겠다” “도와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런 말이 구두선에 그치지 않으려면 야당과의 실질적인 관계 개선을 이루기 위해 더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