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22일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하나로 묶어 동시에 처리하자고 더불어민주당에 제안했다. 두 직책은 국회가 후보자를 추천해야 하고, 현재 공석이라는 것 말고는 직무나 절차상 아무런 연관이 없다. 그런데도 타당한 근거 없이 연계 처리가 맞는다는 식으로 강변하는 것은 특별감찰관 임명 의지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주호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특별감찰관 지명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지명 절차를 밟지 않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며 “지난 5년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민주당은 사과하고,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동시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사과와 두 자리 동시 처리라는 요구 조건을 붙인 것인데, 한마디로 뜬금없다. 전임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진작 끝난 마당에 민주당에 사과를 요구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특별감찰관은 현직 대통령 부인 등 친인척을 감시하는 자리다. 여권으로선 달가울 리 없다. 그러나 더 큰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국민적 합의로 만들어진 ‘법정’ 제도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실을 폐지해 가족·친인척·측근의 비위 감찰이 공백 상태다. 김건희 여사 등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이어지며 특별감찰관을 서둘러 임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여권은 대통령 취임 100일이 넘도록 공석으로 방치해놨다. 지금 서둘러도 ‘지각 임명’인 셈인데 엉뚱한 조건을 추가한 것은 “여야의 후보 추천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날 대통령실 입장과도 맞지 않는다.
더욱이 북한인권재단 이사는 지난달 25일 통일부가 국회에 후보자 추천을 공문으로 요청했음에도 한달 가까이 아무런 논의가 없던 사안이다. 그러다 느닷없이 ‘직무유기’ 운운하면서 특별감찰관과 연계 전략을 들고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제안 자체는 거부했지만, “특별감찰관 추천 요청이 오면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한다는 입장”이라고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밝혔다. 그러니 국민의힘이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을 접고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부터 여야 합의를 도출하면 된다. 공연히 불필요한 조건을 계속해서 고집한다면 ‘지연 작전’ 아니냐는 의심만 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