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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사설] 결국 ‘윤심’대로, ‘또 비대위’ 만장일치 의결한 여당

등록 2022-09-02 18:06수정 2022-09-02 20:15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가 2일 당을 ‘비상상황’으로 규정하는 당헌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5일 전국위원회 의결까지 이뤄지면 추석 이전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시즌 2를 가동한다고 한다. 비정상의 상징인 비대위를 기어코 다시 만들기 위해 여권은 총력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초·재선들이 대거 찬성 의견을 내며 반대 여론을 제압하고, ‘당무 불개입’을 선언한 대통령까지 거침없이 거들고 나서는 모습은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날 상임전국위를 통과한 것은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는 경우를 당의 비상상황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앞서 법원이 여당은 비상상황이 아니므로 비대위 구성의 효력이 없다고 하자, 비대위 구성을 정당화하는 절차를 새로 밟아 불복의 근거를 만든 것이다. 비대위 출범이라는 애초의 무리수가 통하지 않자 새로운 꼼수를 동원해 이를 덮고, 비정상을 정상인 것처럼 포장하는 본말전도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당내의 우려와 반대는 철저히 배제됐다. 안철수, 서병수, 김태호, 하태경, 조경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낸 당 안팎의 신중론은 초·재선의 유례없는 찬성 합창에 하릴없이 밀려났다. 다음 총선 공천을 의식해 벌써부터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앞에 줄서기가 시작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30일 의총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윤석열 대통령도 노골적인 개입을 주저하지 않았다. 상임전국위가 열리는 이날 출근길 약식 회견에서 대통령은 “당무에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놓고선, “당은 소속 의원과 당원들이 치열하게 논의하고 거기서 내린 결론을 받아들이고 따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언급한 ‘당무 불개입’ 원칙을 뒤집은 것이다. 이미 ‘내부 총질’ 문자 공개로 의중이 속속들이 드러난 마당에 자신의 발언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몰랐을 리 없다.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열린 상임전국위에서는 당헌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박수 치며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정당은 정당 내부도 민주적 원리에 따라 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여당의 현실을 보면 가당찮은 말이다. 이견을 다수의 힘으로 누르고 만장일치 통과를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여당에 ‘민주적 원리’가 설 자리는 없다.

윤 대통령은 ‘내부 총질’ 문자에서 이준석 전 대표의 축출을 잘한 일로 평가했다. 연일 보여주는 꼼수와 무리수의 최종 목표가 ‘윤심’을 스펀지처럼 수용하는 여당 만들기에 있다는 것을 알 만한 국민은 다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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