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을 하는 서울 시내 한 병원의 진료소 모습. 연합뉴스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환자가 일주일 새 45%나 늘어나면서, 올겨울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치명률이 떨어지는 등 위험도가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나, 감염병 두개가 동시에 확산된다면 의료체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더욱이 올겨울이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맞는 첫 겨울인 만큼 경각심을 늦춰선 안 된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공개한 올해 40주차(9월25일~10월1일)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를 보면, 독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가 외래환자 1000명당 7.1명으로, 일주일 전(4.9명)과 견줘 44.9% 급증했다. 팬데믹 기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독감 유행도 억제됐는데, 거리두기가 사라지면서 독감 확산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통상 독감을 비롯한 바이러스는 춥고 건조한 시기에 더 잘 퍼지는 경향이 있다. 날씨가 추워져 실내 활동이 늘어나면 ‘3밀’(밀폐·밀집·밀접) 환경에 노출되기 쉬워 감염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앞으로 독감 유행이 더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독감은 특히 영유아들에게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만 1~6살 어린이 의심 환자가 1000명당 12.1명으로 가장 많다. 지난 3년간 독감이 유행하지 않아 영유아의 면역 수준이 매우 낮은 탓이다. 메타뉴모 바이러스 등 어린이들에게 폐렴 등을 일으키는 여러 급성호흡기감염증 바이러스가 함께 퍼지고 있는 것도 우려스럽다. 영유아 입원 병상 등 의료 인프라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올봄 오미크론 대유행 때처럼 소아과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해 제때 치료를 못 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유행세가 꺾인 상황이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는 12월부터 내년 3월 사이 재유행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유럽에선 이미 새로운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퍼지면서 확진자 수가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독감 유행이 더욱 확산되고 코로나19도 재유행하게 되면 의료 대응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없는 상황인지라 의료체계에 가해지는 부담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호응도가 갈수록 떨어지는 것도 위험 요소다. 여러 감염병 동시 유행에 대비한 진단 체계 구축, 백신 접종 독려 등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다.